경제·금융

대우, 분식 책임추궁 본격 예고

대우, 분식 책임추궁 본격 예고수십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붓게 만들고 국내 경제를 2년 이상 부실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한 대우 부실의 실체 하나가 확인됐다. 회사의 거울이라 할 수 있는 회계장부를 엉터리로 만들어 적게는 채권단, 크게는 국민 모두의 희생으로 돌아가게 한 「대우 임원·회계법인·회계사」 등 3개 주체의 책임소재가 처음으로 본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감독당국의 실체규명 작업은 아직까지 「미완의 작품」으로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분식규모가 도대체 어디로 흘렀는지, 회사 외부로 흘렀다면 얼마나 부정하게 사용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우 회계부실의 최종 책임규명작업은 검찰의 손에 넘어갔고 사안에 따라선 정치·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충격까지 몰고 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분식유형은 크게 5가지=특별감리반이 내놓은 대우 분식의 총규모는 22조 9,000억원. 계열사별로는 ㈜대우가 14조6,000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대우자동차·중공업·전자순이었다. ㈜대우 분식회계의 창구로 알려진 영국 BFC의 경우 5조~6조원의 분식규모가 밝혀졌다. 분식회계 유형은 크게 5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차입금 등 부채를 고의로 누락한 경우다. ㈜대우의 해외법인이 현지차입한 차입금을 지급이자의 상환이나 ㈜대우 및 계열사의 손실지원 등에 사용했음에도 불구, 이를 재무제표에서 누락했다. 정상적으로는 차입금으로 계상해야 했다. 두번째는 가공채권을 계상하거나 부실채권을 그대로 계상한 경우다. 대우자동차가 해외투자법인에 자동차 제조설비를 수출하면서 매출을 과대계상한 것이나 대우중공업이 조선경기불황 때 허위매출을 계상하는 방법 등으로 매출채권을 과대계상한 게 그 예다. 세번째는 가공 및 불용 재고재산의 계상이다. 대우차가 생산에 투입돼 비용처리해야 할 부분인 재고자산을 과대계상한 것, 대우통신이 실물도 없는 재고자산을 장부상에 표시한 것 등이 적발됐다. 이밖에 사용가치가 없어 폐기시킨 자산을 손실처리하지 않은, 즉 가공의 불용설비를 장부상에 계상(대우전자)했거나 의미 없는 연구계발비를 자산으로 처리(대우통신)한 것도 문제가 됐다. ◇52명의 징벌로 막내린 「대우 푸닥거리」=증권선물위원회는 대우 전·현 임직원, 회계사 52명을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 통보하기로 했다. 또 10년 가까이 대우 분식에 직·간접으로 방조 또는 주연역할을 한 산동회계법인은 12개월 영업정지라는 무거운 형벌을 내렸다. 회계사들에게도 22명을 등록취소하는 뜻밖의 중형을 선언했다. 대신 대우 계열사의 워크아웃에 참여하고 있는 4명의 현직 임원은 워크아웃 종료 때까지 자리를 지키도록 배려했다. 검찰에 수사는 통보하되 임원 해임권고는 늦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감리결과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조사가 장부상에 지나치게 의존해 「분식의 실체」, 즉 분식한 돈이 어디에 쓰여졌는지에 얼마나 접근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회계법인 처리도 마찬가지다. 분식회계의 핵심주역으로 꼽히는 산동회계법인이 대표적 예다. 논리적으로 보면 산동은 12개월 영업정지를 당했더라도 현 회계사들이 따로 나와 새로운 법인을 만들면 된다. 산동의 현 외국 제휴사인 KPMG와 새로운 회계법인이 다시 제휴하면 예전의 막강한 힘을 되찾을 수도 있다. 금감위는 『부실회계라는 꼬리표가 달린 이상 이들 회계사가 만든 새 법인에 수임을 맡길 것이냐』며 실효성을 강조했다. ◇공은 검찰손에=문제는 대우 분식 규모로 드러난 22조9,000억원이 어디에 쓰여졌는지에 모아진다. 감리위원회는 이들 돈이 회사 외부로 유용됐거나 횡령됐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워낙 은밀하게 이뤄졌고 조사가 장부상에 의존하다보니 표면상의 분식 책임자만 캐내는 데 그쳤다는 자백과도 같다. 결국 최종 책임추궁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감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분식액 중 상당금액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쓰이지 않고 김우중(金宇中) 전 회장 개인용도나 비자금 등 부정한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분식액 중 상당규모가 해외에 뿌려졌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부에선 金전회장이 정·관계 요직들과 뿌리깊은 관계를 맺었고 정치적 성향도 깊었던 만큼 검찰수사가 정치·사회적으로 파급될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결국 대우 분식에 따른 진정한 책임추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고 자칫 「고구마줄기」처럼 부정의 실체가 드러나게 될 「사회적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9/15 19:19 ◀ 이전화면

관련기사



김영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