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일본경제 또 혹한기… "최악은 멀었다"

수출·내수 동반 악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br>27조엔 규모 경기부양책·금리인하도 약발 안먹혀<br>"부동산·IT버블 붕괴때보다 더 심각… 장기화될듯"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지난 9월 취임하면서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국민들과 약속했다. 그는 정치 현안은 뒤로 미뤄놓은 채 경기부양에 올인했다. 27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발표됐고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7년 만에 최저 수준인 0.3%로 내렸다. 일본 경제는 하지만 7년 만에 다시 경기침체 상태에 빠졌다. 그의 지지율은 취임 당시 보다 13%포인트 급락한 29.6%까지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일본 경제는 앞으로 2분기 이상 더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며 심지어 디플레이션 상태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한마디로 지난 90년대 '잃어 버린 10년'을 지나 온 일본 경제가 다시 혹한기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일본 로얄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의 존 리처드 리서치 본부장은 "일본 경제의 침체는 더욱 깊어지고, 회복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침체가 오는 201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경제는 지난 2ㆍ4분기(-0.37%)에 이어 3ㆍ4분기(-0.4%)까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경제 전문가들이 정의하는 기술적인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일본 내각부도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며 경기침체를 공식 선언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기침체가 과거 부동산 버블(1990년)과 정보기술(IT) 버블붕괴(2001년)이후 나타난 경기침체 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경제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부 요인이 개선되기까지는 일본의 경기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일본 경제는 지난 두 달 동안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26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엔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13년 만에 최고치인 달러 당 90.87엔 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고 엔고현상이 지속되면서 도요타, 혼다, 캐논의 순익은 70% 가량 줄었다. 수출 기업들의 내년 실적 역시 올해 보다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경제의 주력인 수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글로벌 수요의 감소"라며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상태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일본의 수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지난 2ㆍ4분기 수출은 7년 만에 가장 큰 폭인 2.6%가 급감했고 3ㆍ4분기에는 소폭 개선된 0.7%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수출 위주의 일본 경제가 글로벌 경기침체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크레딧스위스의 시라카와 히로미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GDP 데이터는 일본이 전형적인 외부 충격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고는 수출 기업들에게 이중고가 되고 있다. CNN머니는 "일본의 경기침체는 이미 예상됐었다"며 "엔고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엔고현상이 심화될수록 일본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수요 감소와 엔화 강세의 이중고는 일본 기업들이 비용을 줄이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1.7% 급감하는 등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리처드 RBS 본부장은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는 문제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기업들의 비용 지출이 예상 밖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과거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 기업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보수 경영체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는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 등 다른 선진국과 달리 금융위기에서 한발짝 떨어진 태풍의 눈이었다. 금융 기관들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피해 영역으로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발 금융위기가 수출 감소를 통해 일본으로 전파되고 있다"며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 업종의 타격이 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도 기대를 걸기 어렵다. 기업들이 이익 전망치 및 투자계획을 대폭 축소하면서 실업률이 상승하고 임금삭감으로 소비가 빈혈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3ㆍ4분기 가계 소비는 전분기 대비 0.3%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이 아직 최악의 시기가 오지 않았다고 본다. 일본 경제가 세계경기 침체의 여파를 아직 다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2분기 GDP를 수정치에서 기존 -0.3%에서 -3.7%로 더 부정적으로 바꿨다. 3분기 GDP가 -0.4%보다 더욱 나빠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의 소비가 줄고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기 시작한 4ㆍ4분기는 더욱 좋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및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특히 경기부양책의 경우 집행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워싱턴 포스트(WP)는 "경기부양책이 일본을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에도 불구, 향후 2분기 이상 더욱 혹독한 경기침체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경제재정상은 "내년 경기전망 역시 불투명하다"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이이치생명의 구마노 히데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진짜 암흑의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며 "내년 중반 이후까지 경기침체 상태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우이치 다카히데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2010년까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