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 눈/8월 18일] '매도' 의견 않는 반쪽 투자문화

‘매도’ 의견 없는 반쪽 투자문화

한영일기자 <증권부>


증권업계는 하루에도 수 백개의 리포트들이 쏟아진다. 증권정보업체인 Fn가이드에 따르면 올들어서만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기업분석 보고서만해도 2만개가 넘는다.

하지만 수 많은 증권사 보고서 가운데 올들어 ‘매도’를 제시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에도 증권업계에 매도 보고서는 단 2개에 불과했다. 사실상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에서 ‘매도’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이처럼 애널리스트들이 ‘팔라’는 보고서에 인색한 것은 투자자들로부터의 ‘뭇매’와 해당 기업으로부터의 ‘왕따’ 우려 때문이다. 매도 리포트가 나갔을 땐 해당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증권사로 엄청난 항의 전화를 한다. 더불어 해당 기업의 IR팀에 ‘미운털’이 박힐 가능성이 높아 질 좋은 정보를 캐내는 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로 위탁매매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매수’보고서를 통해 거래를 활성화시켜 영업에 도움이 되는 점도 어느 정도는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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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매도 보고서는 해당 종목에 대해 미리 ‘비상등’을 켜준다는 점에서 투자자보호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이 ‘매도’ 보고서에 익숙해 있지 않아서 간혹 외국계 증권사에서 투자의견을 낮추거나 ‘셀(sell)’ 리포트가 나올 땐 그야말로 시장의 충격은 엄청나다. 실제로 최근 한 외국계 증권사는 대형업체에 대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낮춘 보고서를 내놓아 하루만에 시총이 1조원에 가까이 줄어들기도 했다. 현재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와 달리 회사 내부 규정으로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매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중립’ 리포트들은 사실상 투자자들이 ‘매도’로 봐야 한다는게 증권가의 정설이다. 전쟁터로 비유되는 증시에서 투자의견이 사실상 ‘눈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매도 보고서가 없는 상황은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개선돼야 할 일이지만 뾰족한 수단이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주식시장은 기본적으로 ‘사고 파는’ 거래를 하는 곳이다. 연일 ‘사라’만 있는 시장은 당연히 반쪽 자리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투자문화는 여전히 절름발이일 수 밖에 없다.

/han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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