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월가 포커스] 美세계전략 "총 대신 돈"

브라질에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는데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한마디 논평도 하지 않고 있다.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브라질 주재 미국 대사는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노동당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룰라) 후보를 '아메리칸 드림의 화신'이라며 긍정적으로 코멘트했다고 한다. 동서 냉전이 치열했던 시절에 미국은 중남미에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면 물리적 힘(총)을 동원해 붕괴시키려고 했다. 60년대말 쿠바에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자 미국은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반혁명 쿠데타와 암살을 지원하고, 쿠바 해역을 봉쇄했다. 또 73년 아우구스토 피토체트 장군의 우익 쿠데타를 배후에서 조정, 민주선거로 당선된 살바도르 아옌데의 사회당 정부가 무너지게 한 것도 미국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안방인 남미에 최대의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는데도 가만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바로 자본(돈)의 힘을 동원하고 것이다. 자본의 공격은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로부터 시작했다. 소로스는 지난 6월 "룰라 후보가 당선되면 브라질은 국가파산을 당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집권당 후보를 밀었다. 그후 해외 자본이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브라질은 파산 위기에 처했다. 미국은 지난 8월 국가 파산 위기에서 구한다는 명분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을 앞세워 브라질에 3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약속했다. 하지만 우선 60억 달러를 주고, 나머지 80%는 대통령 당선자가 IMF 조건을 수용할 경우에 준다는 단서를 달았다. 룰라가 외채 동결을 주장하는 강경 좌파의 말을 따르다가는 당장에 국가가 파산하고, 노동자ㆍ농민을 굶게 할 것이 명백하다. 전투적 인물로 비춰졌던 룰라는 선거에 임박하면서 현정부의 개방 정책을 이어가겠다며 온건좌파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 99년 칠레에 아옌데 정권 붕괴후 20년만에 리카르도 라고스의 사회당 정부가 출범했다. 국내에서 빈곤퇴치와 복지향상등 사회주의 공약을 내걸던 라고스도 선거 직전에 뉴욕 월가를 찾아와서 시장 경제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제프리 가튼 예일대 교수는 근작 '재산의 정치학'에서 "IMF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보다 중요하고, 일본의 시장 개방이 미군 주둔보다 큰 이슈"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시장 시대의 미국의 세계전략이 '총'에서 '돈'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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