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FRB, 금리인하 약발 고민

소비자 신뢰 못얻었을땐 쓸만한 카드없고 부메랑효과 우려지난 10년간 미국 경제의 장기호황을 선도해 왔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리인하 폭의 결정은 물론이고 그 효과에 대해서도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한 발 앞서 시장의 조정자 역할을 해왔던 것과는 대조적 양상이다. '0.5%포인트냐 아니면 0.75%포인트냐'로 요약되는 그 동안의 금리인하 폭 논쟁도 따지고 보면 FRB가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리인하에 인색하면 시장의 실망은 클 수 밖에 없으며, 그렇다고 시장의 요구를 매번 수용할 경우 일종의 도적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선택의 폭이 좁았던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부에서는 적절한 처방을 위한 전제 조건인 시장 파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역시 FRB가 끌려다닌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는 로저 퍼거슨 FRB 부의장의 언급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그는 "경제의 힘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인들이 있는 동시에 몇몇 지표들은 하강으로 향하는 리스크를 제시하고 있다"며 금리인하 폭 결정의 어려움을 고백한 바 있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 관계자들은 당초부터 FRB의 최대 고민은 금리인하 폭보다는 금리인하에 따른 효과가 기대만큼 나타날 수 있느냐 여부였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뉴스위크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j. 사무엘슨 같은 경우는 금리인하가 과연 침체된 미국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이미 가계에 기업에 대한 대출이 상당 수준으로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금리인하에 따라 시중의 유동성이 늘어나고 소비지출이 커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증시 관계자들은 금리인하 폭이 1%P는 돼야 시장 심리를 호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하 조치는 어떤 식으로든 추가 조치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그나마 어느 정도의 효과가 나타낼 수 있을 것 인지가 FRB의 고민인 셈이다. 만일 이번 금리인하 조치 이후에도 시장 심리와 소비자 신뢰가 회복되지 못하면 다음에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어지는 등 부정적 차원의 부메랑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0.5%포인트씩 내리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는데도 반짝 회복되는 듯 하던 시장 심리와 소비자신뢰지수가 다시 곤두박질친 것이 좋은 예다. 한마디로 현재의 FRB와 앨런 그린스펀에게는 '(소비자 신뢰가)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말이 최대의 화두이자 고민거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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