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 열풍이 뜨겁다. 얼리어댑터들은 아이패드를 구입하려고 밤을 새워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아이폰ㆍ아이팝이 나왔을 때도 상점 앞에 줄을 길게 설 정도로 인기가 폭발적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는 얼리어댑터들이 장사진을 이루는 현상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치부해버려서는 안 된다. 우리 교육과 연결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한국에서 유사 제품이 나온 적 있지만 히트를 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한때 MP3플레이어 종주국이었고 스마트폰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장착한 최첨단 기종을 생산해냈으며 넷북 기능도 여러모로 우수하지만 애플에서 유사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번번이 힘없이 무너져 버린다.
'애플' 성공요인 벤치마킹 필요
애플의 성공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눈에 띄는 점은 애플이 성공한 제품들의 경우 모두 하드웨어와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결합돼 소비자들이 음악ㆍ뉴스 등 콘텐츠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자책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의 전자책 '킨들'은 수십만권의 책과 뉴스를 무선으로 언제 어디서나 저렴한 가격에 내려받을 수 있다. 지난 2007년에 나온 킨들이 이미 수백만대가 팔린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게 된 주요한 이유다. 한국에서도 2000년대 초 e북이 나왔지만 무선통신 기능이 없어 주로 컴퓨터로 책을 내려받아야만 했다. 무선통신이 가능한 전자책이 이제 국내기업에서도 나오고 있지만 전자책 콘텐츠가 너무 적어 볼 게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안타까운 일이다. 정보기술(IT) 강국임을 자랑하는 한국은 IT하드웨어 통신인프라가 으뜸인데도 늘 2% 부족하다. 빈곤한 콘텐츠 구축 등 이용환경이 열악하고 관련산업 인재도 부족하다. 이렇게 뒷북만 치는 동안 로열티 지급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만 간다.
결론적으로 이는 인재, 창의력과 벤처마인드가 부족한 데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대학이 현실을 파악하고 교육 방향을 전환해나가야 한다. 연구성과를 논문으로만 귀결시키는 현재의 연구 환경에서 벗어나 연구 결과가 사업으로 연결되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진화해야만 한다.
최근 이 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식경제부가 추진하는 'IT명품 인재양성사업'은 이런 맥락에서 아주 중요한 정책이다. 단순한 아이디어 모방 차원을 벗어나 이제는 고도의 연구방법을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정책이다.
MIT의 미디어랩은 우리의 주요 벤치마킹 대상 가운데 하나다. 1985년 설립된 미디어랩은 기존 질서를 깨뜨리고 미래기술 연구를 모토로 삼았다. 외형을 보면 교수ㆍ연구원 28명, 학부생 200명, 대학원생 138명에 1년 예산은 3백억원 정도의 소규모 연구소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디어랩으로 생긴 회사가 90개가 넘는다.
기업들 콘텐츠 개발 지원 절실
프랭클린 W 올린공과대도 좋은 사례다. 2008년 첫 졸업생 75명을 배출한 올린공대는 미국의 신흥 명문공대로 졸업생들이 모두 IBMㆍ보잉 등에 스카우트됐거나 MITㆍ스탠퍼드 등 명문대로 진학해 화제를 낳았다. 올린 재단은 미국과학재단의 자문을 거쳐 그간 아무도 하지 않은 혁명적 교육방식을 도입했다. 이론부터 가르치고 응용 분야로 넘어가는 기존 교육 대신 신입생부터 프로젝트 중심으로 가르친 것이다.
두 학교의 공통점을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프로젝트 중심으로 목적지향적 교육으로 창의력을 유도한다. 둘째, 재단과 기업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학생과 교수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학교는 기업가정신을 심어 학생들이 소비자 친화적인 연구로 독립적인 회사를 설립하는 꿈을 키워준다.
IT 명품인재양성 사업으로 국내에도 미디어랩 같은 연구소가 생기고 대학교육에 일대 혁신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 좋은 교육은 아이디어만 낳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의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