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국, 오바마 시대] 세계질서 새로운 전기 맞나

미국 중심 패권주의·자유무역원칙 퇴조 불가피할듯<br>시장중심주의서 규제·수정 통한 진보적 경제 전환<br>대외관계선 日등과 다자간 협력체제 추구 가능성


오바마시대의 탄생으로 워싱턴 정가가 보수에서 진보로 바뀌면서 세계 질서에도 일대 변혁이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 8년 동안 조지 W 부시 정권이 추구해온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 더 나아가 로널드 레이건 정권 이후 지난 30년 동안 이어져온 신보수주의 정책이 퇴조하는 대전환기를 맞게 됐다. 우선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국제 경제관계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해온 시장중심주의가 쇠퇴하고 시장에 대한 규제와 수정을 전제로 한 보다 진보적인 경제질서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올 들어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을 초토화한 주범으로 꼽히는 국제 금융자본이 일차 메스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동안 선진금융기법으로 포장돼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파생상품이나 조세 도피처로 알려진 일부 지역으로의 자금 도피 등이 규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개방문제에 있어서도 그간의 자유무역원칙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원칙은 교역하는 각국의 이익에 부합돼야 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한 국가 내에 수혜 계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항상 논란이 돼왔다. 오바마 당선자는 유세 때부터 미국이 세계 각국과 맺거나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대표적 사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한국이 그들의 시장개방을 등한시한 채 미국시장의 개방만 관철했다며 이의 수정을 요구한 대목이다. 그는 유세기간에 미국 자동차산업과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약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부각된 국제결제통화 다원화 문제에도 일정한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과 러시아, 유럽 및 남미 국가들은 국제 결제통화를 미 달러뿐 아니라 일부 국가의 통화로까지 확대하자고 요구해왔다. 지난달 말 중국과 러시아는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국제경제체제를 개편하기 위해 무역대금 결제시 위안화나 루블화를 사용하자고 뜻을 모았다. 중국은 또 3~5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양안회담에서 무역대금 결제수단으로 위안화 사용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같은 ‘반달러 기치’에는 태국과 이란을 비롯한 일부 아시아ㆍ아프리카 국가들은 물론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등 남미 국가들도 동조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최근 “금융위기는 금융기관을 거대한 카지노로 만든 투기자본 때문에 초래됐다”면서 “세계 금융시스템의 새로운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오바마시대를 맞아 이 같은 국제 경제 현안들을 다루는 최초의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이 자리에서 세계경제 질서의 재편을 요구하는 강대국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국가 간 이해를 조정하는 역량과 비전을 시험 받게 된다.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경제ㆍ재무장관 회의를 주재한 뒤 “금융위기를 통해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G20 정상회의에서 이를 포함, 여러 경제 현안들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이 준비하는 새로운 금융질서는 금융산업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개혁을 바탕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의사결정에서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확대하고, 신용평가기관들의 책임성을 제고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정치관계에서도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그동안 미국 대외정책의 기본틀은 군사력과 달러에 기초한 일극체제였다. 대외관계는 주종이 뚜렷한 양자동맹관계로 나타났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부시 정권의 일방주의는 그 극단적 사례였다. 한국은 이런 미국 중심의 세계 지배질서 속에서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등에서의 국지전에 참가해왔다. 이제 새로 출발하는 오바마정권은 지난 30년간 지속돼온 미국 주도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나 유럽ㆍ일본 등 우방국들과 보폭을 맞추는 다자간 협력체제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당선자는 유세 때부터 부시 정권의 일방주의가 가져온 미국의 대외 지도력 추락을 강력히 비판해왔다. 미국의 일방주의가 오히려 세계 각국이 미국을 경원하게 하는 역효과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른바 ‘악의 축’ 국가들과의 대화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북한과도 북핵 등을 의제로 하는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적 협상력을 과시하는 기회를 찾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바마정권은 동북아에서 중국과의 협력관계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 지역에서 공화당에 비해 미ㆍ일 동맹보다는 미ㆍ중 협력을 중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인권 문제나 위안화 절상문제, 시장개방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제기할 경우 중국과 오히려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바마정권의 등장은 일본에서 자민당의 대체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에도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오자와 역시 유엔 중심의 다자주의를 추구하며 오마바와 코드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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