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나라 '예산삭감' 물건너가나

지도부 책임론 불거져…8兆9,000억 감세안마저 '흔들' <br>계수조정 소위로 불똥우려 의원들 참여 꺼려

한나라당의 8조9,000억원 예산삭감 방침이 사실상 물건너가고 있다. 예산안이 대부분 상임위를 통과해 남은 것은 계수조정 뿐이어서 책임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예산 삭감과 밀접하게 연관된 감세안까지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병수 정책위의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8조9,000억원이란게, 꼭 그 액수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불필요한 예산을 깎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상임위 의원들이 매몰차게 소관 예산삭감을 못한 측면이 있지만 예결위 심의에서 어느 정도는 조정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8조9,000억원의 예산삭감안을 제시하며 “예년과 달리 각 상임위 단계에서부터 실질적인 예산삭감을 하겠다”고 외쳐온 한나라당 지도부의 공언에서 사뭇 후퇴한 내용이다. 특히 삭감은 커녕 16개 상임위 중 예산심사를 완료한 14개 상임위에서 예결위로 넘긴 새해 예산액 증가 규모가 1조5,259억원에 달한다. 국정홍보처 예산 등 한나라당이 ‘역점 삭감부문’으로 거론했던 예산도 버젓이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지도부는 ‘하는 데까지는 해보자’ 식으로 한 발 물러서는 형국이다. 실무진들은 “처음부터 안되는 일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적으로도 열세일 뿐더러 의원들의 이해가 걸려 있어 예산 삭감은 커녕 증액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도부가 당초 비현실적인 전략을 세웠다는 것. 때문에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책임 소재는 지도부 뿐 아니라 앞으로 구성될 계수조정 소위에도 전가될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예산의 최종심의 지점으로 선망의 대상이던 계수조정소위에 참여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의원들도 생길 정도다. 위원으로 거론되는 한 의원은 “계수조정에서 5명이 무슨 재주로 대규모 삭감을 하느냐. 나중에 책임지란 소리만 듣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자 당내에서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번 삭감안 기획을 주도한 수석정조위원장 등이 직접 계수조정위원으로 참여, 8조9,000억원 목표액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냉소적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8조9,000억원 예산삭감 철회’로 감세안도 힘이 빠질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예산삭감과 감세안은 별개”라고 주장하지만 두 금액이 ‘우연히도’ 8조9,000억원으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의문을 자아낸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국채 발행을 제외하면 예산삭감 없이 세금을 줄일 방법이 도대체 뭐냐”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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