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 반도체업계 구조조정說 꿈틀

반도체 값이 대부분 업체의 생산원가를 밑도는 수준으로 주저앉으면서 세계반도체 업계에 구조조정설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업계 관계자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세계 반도체 생산업체들이 절벽을 향해 자동차를 몰아가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시에 핸들을 돌리지 못하는 기업은 절벽아래로 떨어져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D램의 주력제품인 DDR(더블데이터레이트)는 지난해 11월 9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석달만에 3달러 후반대까지 폭락해, 현재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원가 이하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256메가 DDR가격의 원가는 삼성전자가 3달러대, 하이닉스ㆍ마이크론ㆍ인피니온 등은 4~6달러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격하락이 계속 이어진다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던 마이크론ㆍ하이닉스ㆍ인피니온 등 2~4위권 업체들 중 문을 닫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반도체업계는 D램 폭락에 따른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겪었었다. 당시 주력제품이던 128메가 D램의 현물시장가격은 2000년 중반 개당 18달러에서 이듬해 11월말 1달러 미만으로 폭락하면서 도시바를 비롯한 일본업체들이 줄줄이 D램사업을 포기한 바 있다. 따라서 지금 ▲3달러후반인 D램 값이 얼마까지 곤두박질 칠 것인가와 ▲어떤 업체들이 벼랑 끝 싸움에서 유리한가 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가격에 대해서는 “이달 말까지 2달러선으로 가격이 떨어질 것”(민후식 동양증권 애널리스트)이라는 전망과 “현재 가격이 낮다는 인식이 고개를 들면서 사재기현상 까지 생기고 있어 더 이상 가격폭락은 없을 것”(최석포 우리증권 애널리스트)이라는 예상이 팽팽하다. 아무튼 이번 `치킨 게임`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마이크론ㆍ인피니온ㆍ하이닉스 등은 지난해까지 수년째 적자가 누적돼 있는 상황이며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대만의 난야테크놀로지 역시 이 가격으로 언제까지 생산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치킨 게임`에서 모두가 살아남는 방법은 반도체 수급개선을 통한 수익성 회복이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세계적인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생산업체의 목줄을 죄는 수준까지 폭락했음에도 업계의 자발적인 감산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문성진기자 hns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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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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