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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여일간 그룹 내부정비에 총력을 쏟았던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최근 대외활동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동생에게 경영권을 넘겨준 박용현 전 회장도 "(박용만 회장이) 기업 경영의 전문가라서 잘하는 것 같다"면서 박용만 회장의 활약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2005년 '형제의 난'이라는 풍파를 겪었던 두산그룹에 이처럼 끈끈한 형제애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재계에서는 '형제 간 경영권 승계'라는 두산가(家)의 전통이 성공적으로 복원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18일 해외 발주처 VIP들과의 상담을 위해 영국 맨체스터로 떠났다. 박용만 회장은 19일 시작되는 '디 오픈 챔피언십(브리티시 오픈)' 골프대회의 스폰서 자격으로 현지에 머무는 동안 VIP들을 초청한 비즈니스 포럼을 위해 하버드대 유명 교수를 섭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회장은 이에 앞서 이달 초 ㈜두산이 중국에 문을 연 공장 2곳의 준공식으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그룹 총수 자리를 동생에게 넘긴 박용현 전 회장도 "잘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 3월 두산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박용현 전 회장은 17일 기자와 만나 "동생이 잘하고 계신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에 "잘하고 있다. 나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현 전 회장은 이어 "(박용만 회장이) 기업 경영의 전문가라서 잘하는 것 같다"면서 "그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 나보다 그 자리(그룹 회장)에 더 잘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박용현 전 회장의 평가대로 박용만 회장은 두산호(號)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 100여일 동안은 그룹을 이끌기 위한 적응 과정이었다. 박용만 회장은 4월 초 취임 첫 간담회에서 밝혔듯 당장의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M&A)에 나서기보다는 '따뜻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문화 다지기에 주력해왔다. 박용만 회장은 소비재 중심의 두산그룹을 1990년대 중반부터 10여년간 강력한 구조조정과 M&A로 현재의 인프라지원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인물이다. 그는 그룹의 체질 개선을 주도하며 회사 사정을 전부터 잘 알고 있던 만큼 내부 다지기에 우선점을 뒀다.
박용만 회장은 취임하고 두달여 되는 시점에 두산가(家)의 장자이자 조카로 향후 후계구도를 이어받을 것이 유력한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을 ㈜두산 지주부문 회장으로 앉혔다. 바로 옆에서 자신을 보좌하고 회장 수업을 미리 받으라는 의미였다. 동시에 박용만 회장은 두산그룹 임직원들이 공통된 행동과 사고ㆍ가치를 지닐 수 있는 '두산웨이'를 정착시키는 데 노력했다. 사장단을 시작으로 임원들과 차례로 만나며 특유의 소통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
박용현 전 회장은 박용만 회장에 앞서 2009년 4월부터 그룹을 이끌었다. 1981년 박용곤 명예회장부터 시작된 3세 경영의 바통을 고(故) 박용오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 이어 받은 것. 박용현 전 회장은 형들에 비해 짧은 3년간 그룹 대표를 지내고 올해 3월 말 다섯째 박용만 회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다소 이른 퇴진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당시 박용현 전 회장은 "충분히 할 만큼 했다"는 말로 회장직을 내려놓고 현재는 두산 연강재단 이사장과 한국메세나협의회장으로만 활동 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한때 형제의 난으로 삐걱거렸던 형제경영이 이번 박용만 회장의 계승으로 다시금 자리를 잡은 것 같다"면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는 박 회장이 두산그룹을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