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데스크 칼럼/7월 27일] 증시와 코스톨라니의 개

오철수 <증권부장> 주가는 결국 기업실적에 수렴 PER 감안땐 국내증시 매력 여전 앙드레 코스톨라니. 1906년 헝가리에서 태어나 1999년 숨을 거둘 때까지 80년 가까이 유럽 증권가의 우상으로 추앙 받았던 전설적인 투자자다. 코스톨라니는 1924년 18세의 나이에 파리로 유학을 가 그곳에서 증권투자를 시작한 이래 전세계를 대상으로 주식과 채권, 외환, 원자재 등에 투자해 큰 부자가 됐다. 그는 스스로 1924년 이후 단 하루도 주식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평생을 증권투자자로 보냈다. 그는 호경기나 불경기에도,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이 있을 때도, 대공황이나 심지어 전쟁이 있을 때도 투자를 했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코스톨라니는 어떻게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성공적인 투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 코스톨라니는 주식투자를 산책에 비유한다. 주인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할 때 개는 주인과 나란히 가지 않는다. 개는 주인보다 앞서거나 뒤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옆길로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개는 주인에게서 멀어졌음을 깨닫고 결국 주인에게로 돌아온다. 주인이 1㎞를 걷는 동안 개는 앞서가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면서 4~5㎞를 걷게 된다. 여기서 주인은 경제를, 개는 주식시장을 뜻한다. 때로는 이 둘이 서로 어긋나는 움직임을 보일 때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와 증시는 같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코스톨라니의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국내 증시는 과연 어디쯤 와 있는가. 최근들어 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어서면서 국내 펀드의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모두 1조5,950억원의 자금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지난 15일에는 하루 동안 무려 6,555억원의 자금이 이탈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올들어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줄곧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펀드 환매 자금은 모두 8조3,65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이 지금의 주가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지금 국내 주가가 과연 부담스런 수준일까. 코스톨라니가 말하는 경제와 증시의 관점에서 보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의 더블딥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2,215억1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4%나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무려 95.6%나 늘었고 승용차도 60.6%가 증가하는 등 주력산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 수요가 늘어나면서 선진국 경기침체 우려를 걷어내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포스코, LG화학, 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은 잇달아 깜짝 실적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9배에 머물고 있다. 다른 신흥시장 평균치가 10~11배, 선진시장이 13배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익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돼 있는 셈이다. 이는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하던 지난 2008년(8.4배)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금융위기로 코스피지수가 938.70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후 주가가 양호한 기업 실적을 뒤따라 가면서 이듬해 1,718까지 오르기도 했다. 결국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있을 당시가 주식투자의 적기였던 셈이다. 주가는 언젠가는 기업 실적에 수렴하게 돼 있다. 개인을 중심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현재의 주가에 부담을 갖고 펀드에서 돈을 빼고 있지만 상장사들의 수익을 고려해 보면 국내 주식은 아직도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다. 기업의 수익이 좋아지고 있는데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면 그만큼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외국인들이 올들어 국내 증시에서 왜 주식을 계속 사들이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다.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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