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말 1,450억달러 규모의 세금환급을 골자로 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가구당 최대 1,600달러까지 세금을 되돌려줘 소비를 부추김으로써 경기침체를 막자는 것이다.
미국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다며 낙관적 입장을 보였던 부시 대통령이 부양책을 내놓은 것은 미국경제가 침체(Recession)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도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그는 금리인하를 강력히 시사하면서 재정정책도 신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정책만으로는 경제를 되돌려놓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미국경제는 지금 악화일로에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주택가격 하락의 여파가 갈수록 커지며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실물경제에의 충격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이 기록적인 손실을 내면서 뉴욕증시는 10개월 만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소매판매율ㆍ제조업지수ㆍ고용동향 등 주요 경제지표들도 모두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고유가 등에 따른 인플레 압력은 점점 높아져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양책에 대한 시장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때를 놓쳤고 문제의 근원인 주택경기 침체 대책이 없는 등 내용도 미흡해 효과가 미지수라는 것이다. 문제는 미국경제 침체가 우리에게 큰 악재라는 점이다. 미국 금융시장 불안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미국의 경기후퇴는 세계경제의 둔화를 초래한다. 중국의 긴축정책까지 겹쳐 그 가능성은 더욱 크다. 우리의 수출 위축이 우려된다. 새 정부 출범으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기업의 투자 움직임도 주춤해질 수 있다. 미국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져 세계경제 성장둔화를 동반할 경우 우리 성장률도 0.5% 하락할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도 있다.
미국발 악재의 충격 완충 대책이 시급하다. 한은이 경제성장과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유연한 통화정책을 펴기로 한 것은 적절한 조치다. 정부도 조직개편 후속작업을 조속히 마무리해 업무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경제팀 전열정비를 통한 규제개혁 등의 조치를 서둘러 내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