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鄭회장 父子 사회환원…재계 '사회공헌 스트레스'에 떨떠름

갈수록 보따리 커지자 "남의일아니다" 긴한숨…전경련선 "어려운 결단…따뜻하게 받아주기를"<br>"정상적 공헌까지 위기탈출용 비쳐질라" 우려도


삼성에 이어 현대차가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내놓는 보따리가 커지는 만큼 재계의 스트레스도 커지고 있다. 삼성의 8,000억원 사회헌납 이후 ‘삼성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재계가 이제는 ‘현대차 스트레스’에 밤잠을 설칠 것으로 보인다. 재벌이라는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도 삼성이나 현대차 문제가 ‘남의 집 불구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계는 19일 현대ㆍ기아차그룹이 1조원 상당의 사재 출연을 발표하자 일제히 ‘어려운 결단’이라고 평가하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현대차가 경쟁력 강화 등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현대차그룹이 어려운 결단을 내린만큼 이번 결정이 국민으로부터 따뜻하게 받아 들여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와 경총도 “상생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현대차그룹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 받기를 바란다”며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조속히 마무리 돼 경영상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대외 신인도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결단으로 검찰의 비자금수사 파장이 더 이상 확대 재생산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반가운 표정만은 아니다. 벌써부터 “현대차가 삼성에 이어 1조원을 내놓아 기업에 대한 사회의 기대치가 잔뜩 높아졌다”며 “여타 그룹들도 일정 수위 이상의 사회환원 노력을 펼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대기업 한 임원은 “기부든 사회공헌이든 먼저 거론돼야 할 것은 기업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라며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면서까지 기업에게 사회공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삼성이나 현대차같이 천문학적인 기금을 갹출할 형편이 못 되는 대기업들은 일단 현재 자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보다 충실히 하자는 자세다. LG는 현재 운영중인 사회공헌 활동과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고, SK그룹도 오는 2007년까지 소외 계층 일자리 4,200여개 창출과 전국 무료 급식소 설립, 결식 아동 지원 등의 사업에 매진할 방침이다. 재계의 또 다른 고민은 ‘진정성을 훼손당하는 것’이다. 자칫 기업의 정상적인 사회공헌활동조차 위기탈출의 해법으로 국민들에게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한 CEO는 “기업의 목표가 이익창출인지 사회공헌인지 헷갈린다”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마치 과거 잘못에 대한 대가처럼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기부에 대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주기 바란다”며 “사회공헌이 위기탈출용이라는 말을 전면 부인할 수는 없지만 주변을 돌아보며 사회에 기여를 하겠다는 기업들의 진정성에 사회도 화답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들이 사회공헌식 해결책을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의 8,000억원을 기부할 당시 “오죽했으면 삼성이 이런 발표를 했겠냐”는 반응을 보였던 재계 관계자들은 현대차의 1조원 발표에 대해 “결국 현재차도 사회공헌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가 안타까울 따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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