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난지도골프장 해법 찾기

임석훈 기자<사회부>

지난 8일 각 일간지 1면 광고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싹쓸이했다. ‘이명박 서울시장님께 드립니다’로 시작되는 광고의 요지는 지난해 6월 준공된 지 1년이 넘도록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난지도골프장을 하루속히 개장할 수 있도록 이 시장이 결단을 내려달라는 것. 공단은 조속 개장의 이유를 몇 가지 들었으나 시에 전하고 싶은 건 딱 한마디였다. ‘두 차례 소송에서 졌으니 그만 버티고 항복하라’는 백기 투항 요구였다. 공단의 광고가 나가자 서울시의 한 간부는 “정부 산하 기관인 공단이 수억원이나 들여서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광고를 해도 됩니까. 국민 혈세를 쓰면서 뭐 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육두문자만 안 썼을 뿐이지 공단에 대한 분노가 짙게 묻어났다. 바로 전날 양측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잇달아 열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공단이 먼저 ‘체육시설업으로 등록해주면 골프장 시설을 기부채납하겠다’고 포문을 열자 시는 ‘기부채납에 무슨 조건을 붙여. 턱도 없는 소리하지마’라며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시는 나아가 공단이 계속 억지 주장을 하면 공단의 투자비 146억원을 돌려주고 강제 수용권을 발동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난지도골프장 개장을 두고 벌이는 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이전투구가 갈수록 태산이다. 법정소송을 넘어 멱살잡이 일보 직전이다. 이전에는 골프장의 주인인 시민의 눈치를 좀 보는 듯하더니 최근에 와서는 안중에도 없다. ‘시민을 위한 진정한 길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라’고 서로 충고하지만 두 기관 모두 시민을 무시하는 건 마찬가지다. 그 사이 소송비용은 제쳐두고 골프장 운영비로만 연간 20억원의 혈세가 새나갔다. 시민들은 두 기관의 싸움에 지쳤고 지겹다. ‘기부채납이 먼저니, 체육시설업 등록이 우선이니’하는 법리논쟁도 말 잔치에 불과할 따름이다.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시와 공단은 시민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언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시민들의 요구는 한가지라는 사실을 양측은 알아야 한다. 소모적인 논쟁을 그만 두라는 거다. 소송 핑계는 그만두고 서로 머리를 맞대 골프장을 시민 품으로 돌려주는 방안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끝까지 가보자’는 오기를 부려 또 6개월, 1년을 낭비하면 시민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처럼 골프장을 가족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을 포함해 시민 입장에서 하루빨리 지혜를 모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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