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으로부터 시작해 쇼크로 끝난 지난해 황우석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파문은 한편의 드라마 같았다. 줄기세포 파문은 사회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작가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다뤄보고 싶은 주제다. 주식 투자가, 증권 강사로 활동하면서 사회 문제를 다룬 소설을 써온 작가 이도영씨가 줄기세포 파문에 관심을 둔건 어쩌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외환위기 직후 경제 붕괴와 정신대 보상 문제를 다룬 세태 소설 ‘변신’을 썼던 저자는 황우석 파문을 소설 주제 한 가운데로 끌어들였다. 대기업 세경물산의 대를 이어갈 최고영은 교통사고를 당해 하체 마비 상태에 빠진다. 그를 친 사람은 세경물산 중역이 유상무의 딸 도희. 도희는 결국 고영과 강요된 결혼을 하게 되고 불구인 남편의 재활을 위해 황우석의 줄기세포 실험 결과에 희망을 건다. 하지만 결국 줄기세포 논문은 조작이라는 뉴스가 발표되자 도희는 절망에 빠진다. 줄기세포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의 흐름은 예상 가능한 수준이지만 줄기세포를 둘러싼 증시 작전 세력들의 은밀한 통정매매 에피소드가 지루하지 않게 감초 역할을 한다. 저자는 한여름 소나기처럼 한반도를 강타하고 사라진 줄기세포 사건을 그저 한 여름 밤의 꿈 같은 환상으로 묘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과학문명의 발전이 결국 인간의 진화를 위해 쓰여질 것이라는 희망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