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빛은, 후순위채 8억5,000만달러 발행

◇고수익 묘미가 투자자 끌어당겼다=한빛은행은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로드쇼에 돌입하면서 최대 10억달러까지 목표로 한다고 밝혔지만 내심 5억달러 정도만 발행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대우사태로 은행의 건전성이 형편없이 저하돼 해외투자자들의 호응을 얻기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예상 외로 좋았다. 주식예탁증서(DR)와 달리 고수익을 보장하는 후순위채의 특성이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긴 것. 이에 따라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된 로드쇼 과정에서 개별면담 및 그룹미팅에 참여한 기관만도 100개가 넘었다. 대규모 물량확보 덕분에 한빛은행은 일단 오는 3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에서 당초보다 1.9% 가량(자본확충 9,600억원) 높아진 9.35%까지 올라설 것으로 보여 정상화를 위한 지난한 작업은 일단 매듭지은 것으로 보인다. ◇발행가격은 「C」학점=한빛은행의 후순위채는 10년 만기로 돼 있다. 발행가격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은 로어티어(상위등급) 후순위채 3억달러가 6개월 만기 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 4.48%를 더한 수준,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어퍼티어(하위등급) 후순위채 5억5,000만달러가 리보에 5.40%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후순위채의 묘미가 고수익에 있는 만큼 다소 위험도가 높더라도 수익성이 높은 어퍼티어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 잣대는 지난해 조흥은행의 로어티어 후순위채 정도. 조흥은행은 1억달러(5년 만기)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리보에 4.95%를 더한 수준에 가격을 결정했다. 당시 발행된 후순위채는 현재 4.2%포인트의 가산금리로 유통되고 있다. 단순 비교로 조흥은행보다 0.3%포인트 정도가 높게 책정된 것. 발행 당시보다 유통될 수록 가격이 다소 떨어지는 속성을 보면 수개월 후 다소 하락할 수 있다는 게 위안으로 남긴 하다. 그러나 최근 국제투자자들 사이에서 후순위채가 각광을 받으면서 가산금리가 급락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헐값 시비」에서 완전 자유롭다고는 할 수 없다. 발행가격 말고도 대규모 후순위채 물량 자체도 문제점을 잉태하고 있는 것은 사실. 시중은행 국제금융 담당자는 『한꺼번에 대규모 물량을 발행하면서 발행가격이 높아진 것같다』며 『전략상의 문제가 적지 않았던 것같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억달러의 DR 발행 때 노출된 미스가 되풀이됐다는 설명이다. ◇벤치마크로 작용할 수 있을까=새해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국제 시장에 발을 담근 이번 후순위채는 국내 금융기관의 국제 신인도를 가늠하는 척도로 인식돼 왔다. 이런 측면에서 물량이 당초 예상보다 웃돌았다는 것은 분명 여타 은행들의 발행여건에 청신호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가격 측면에서는 여타 은행들의 유통가격을 웃도는 수준에서 책정돼 다른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조흥·외환 등 국내 시중은행들은 오는 상반기까지 은행별로 최고 10억달러 이상을 DR 또는 후순위채를 통해 자본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남은 은행들은 한빛처럼 대규모 물량을 한꺼번에 내놓기보다는 고금리를 주는 외화 후순위채를 다소 줄이고 대신 국내 시장에서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조달에 나서는 방향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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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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