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항의시위속 美단결 호소
▣ 부시 대통령 취임식 이모저모
마침내 미국의 21세기 '부시호'가 공식 출범했다.
워싱턴 일대 50만 시민들의 열띤 축하속에 조지 W. 부시 당선자의 제 43대 미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0일 정오(현지 시간) 워싱턴은 차거운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외교 사절 등 1000여 귀빈과 일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거행식을 통해 부시는 윌리엄 렌퀵스트 연방대법원장 앞에서 성서에 손을 얹고 35개 단어로 된 취임선서를 했다.
품위있는 미국 건설을 위해 단결하자는 그의 취임연설이 나가는 동안 그러나 행사장인근 한켠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대통령 선거 과정과 결과에 분노를 표시하며 항의 시위를 펼쳐 부시호의 앞날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부시는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는 순간 미 역사상 2번째로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에 오른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운 듯 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12년만에 자신에 이어 대통령에 취임하는 아들을 자랑스럽게 지켜보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감격에 겨운 듯 아들이 취임 선서를 하는 순간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훔쳤다.
○.부시 대통령의 취임 연설 시간은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비교적 짧은 15분이 걸렸다. 그는 연설 도중 14번이나 박수소리에 연설을 멈춰야 했고 선거운동에서 밝힌 감세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는 대목에서는 박수와 함께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는 치열했던 선거를 염두에 둔 듯 "우리의 이견이 깊어져 우리가 한 국가가 아니라 단지 한 대륙에서 같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은 절대 받아들이지도,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일 삼엄한 경비 속에 취임식이 열린 워싱턴 국회 의사당 인근에서는 경찰 추산 1만5,000명이 대통령선거 과정과 결과에 분노를 표시하며 1973년 취임식 이후 최대의 항의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7,000여명의 경찰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여 명의 시위대는 '도둑 환영'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취임식 행렬이 지나는 도로로 향했으며 무정부주의자라고 밝힌 300여 명의 시위대는 검은 깃발을 들고 경찰에게 썩은 과일을 던지기도 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행정부가 바뀌면서 백악관 홈페이지(www.whitehouse.gov)도 재빠르게 새 단장을 해 사상 첫 사이버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취임식이 끝난 지 2시간도 안돼 부시 대통령 부부와 리처드 체니 부통령 부부의 사진이 올려졌으며 부시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 전문도 함께 게재됐다.
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앨 고어 전 부통령의 사진과 일대기, 그리고 이들재임기간 중 나온 보도자료와 발표문, 연설문 모음은 백악과 홈페이지에서 사라지고 클린턴 행정부의 다른 자료들과 함께 국립문서보관소로 넘겨졌다.
○.부시 대통령은 20일 낮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가두 행진이 벌어진 펜실베이니아 거리를 지나 백악관에 입성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부인 로라 부시 여사와 함께 대통령전용 리무진에 탑승, 취임식장인 의사당을 출발해 과거 역대 대통령이 전통적으로 행했던 것처럼 의사당에서 백악관에 이르는 펜실베이니아 거리를 통과해 제43대 대통령으로서 백악관에 첫발을 들여놓았다.
/워싱턴=이세정특파원boblee@sed.co.kr /워싱턴=외신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