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1월 20일] 배려가 국격이고 실용외교다

올해는 한국전 발발 60주년이다. 이에 따라 참전국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콜롬비아는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전에 참전한 국가다. 콜롬비아는 연인원 4,300명이 참전해 200여명의 사망자는 냈으며 440여명이 부상을 입는 등 희생을 치른 국가다. 콜롬비아에는 아직 1,200여명의 참전용사들이 살아 있고 매년 4차례 한국전 참전 기념행사를 갖고 있다. 이제 80여세의 고령이 된 분들이지만 이들은 한국 이야기가 나오기만 하면 한달이 걸려 도착해야 했던 생면부지의 나라 한국에서 적도 적이지만 난생 겪어보지 못한 지독한 추위와 맞서야 했던 당시 상황을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리는 콜롬비아에 큰 신세를 졌고 이를 갚는 것이 도리이고 국격에 맞는 일이라 생각한다. 또 양국이 함께 자유ㆍ평화ㆍ정의를 위해 싸웠다는 것은 우리 외교의 큰 자산이기도 하다. 외교가 국가 간의 좋은 관계를 가꿔나가는 모든 노력이라면 이러한 자산은 적극 활용해야 한다. 원조·문화사절등 친선 강화를 인간관계에서처럼 국가 간에도 신세를 진 것에 대한 배려가 미흡할 경우에는 섭섭함이 더하겠으나 조금만 신경 쓰고 배려한다면 국격을 높이고 실리도 취할 수 있다. 오늘날 국가 간에는 냉혹한 이해관계만이 작용한다고 하지만 이는 결코 단기적 계산에 의해 이기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따뜻한 배려가 그 이상의 이익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늦은 감이 있으나 다행히 콜롬비아에는 지난 2009년 2월 한국국제협력단 사무소가 개설되고 중앙재활병원건립사업, 정보통신국가계획지원사업, 봉사단 파견 및 연수생초청 사업 등 각종 협력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4,000만달러 상당의 유상원조사업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사업을 위한 협정 교섭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지난해에는 투자보장협정ㆍ이중과세방지협정에 대한 협상도 타결됐고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시작됐다. 마침 콜롬비아 또한 외교 다변화를 위해 아시아와의 관계 증진을 모색하는 가운데 우리가 아시아 국가 중 그들의 첫 FTA 협상 대상국이 된 것이다. 요즘 콜롬비아가 CNN 영어 방송과 스페인어 방송에서 "콜롬비아에서 위험한 것은 콜롬비아에서 눌러 살고 싶어 하는 것(Colombia, the risk is wanting to stay)"이라는 국가이미지광고를 매일 내보내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인 노력으로 중남미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약과 테러가 횡행하는 국가로 인식되는 잘못된 이미지를 바꿔보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자원 부국이자 4,500만인구로 중남미 내 인구 규모 3위인 콜롬비아에는 최근 치안 개선과 법적 안정성 제고 등으로 외국인 투자가 연 100억달러가량 몰려들고 있다. 특히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콜롬비아는 에너지자원 외교의 중점협력국이 됐다. 세계 대부분의 지역이 이미 석유메이저들에 의해 장악돼 그들이 이미 확보한 광구를 매입하는 게 아니라면 새로운 탐사광구를 입찰로 확보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런데 콜롬비아의 경우 과거 치안문제로 광구 입찰이 최근에야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도로ㆍ항만ㆍ통신ㆍ플랜트사업 등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인프라사업도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업체들의 콜롬비아에 대한 관심과 진출도 눈에 띄게 증대되고 있다. 한국전 참전 콜롬비아에 큰 빚 그러나 각종 대형 프로젝트 부문에서는 이미 미국ㆍ유럽ㆍ중남미국가들이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어 파고들기가 힘겹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려울 때 함께 싸운 국가라는 외교적 자산과 우리의 배려가 어우러지면 예상하지 못한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콜롬비아와의 역사적 특수관계에 걸맞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우리 국익에 부합하며 이러한 관계는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하면 쉽게 형성될 수 있음을 이곳에서의 경험으로 실감하고 있다. 원조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 고위인사 방문이나 문화예술사절단 파견 대상국 등을 선정할 때 반드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성숙한 세계국가(Global Korea)'라는 우리의 외교 목표를 높이 평가하면서 배려가 국격이자 실용외교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