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정공시의 허실

최근 들어 유통업계에는 몇 건의 M&A설이 나돌았다. 그 때 마다 업계의 출입 기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화기를 돌려대는가 하면, 평소에 친분을 쌓아온 취재원들을 찾아 구두 뒤축이 닳도록 뛰어 다녔다. 무성했던 루머 중에는 기사화 된 것도 있고, 봄바람에 흩어지는 연기 처럼 그저 소문으로만 나돌다가 세간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린 것도 있다. 이 같은 루머가 나돌 때 마다 업계 관계자들이나 취재 기자들이 갖는 공통된 생각은 정부가 올부터 도입한 공정공시제도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애초에 이 제도를 시행한 목적은 시장투명성 확보와 정보비대칭 해소를 통한 투자자보호였다. 하지만 최근 나돌았던 몇 건의 루머를 이 같은 취지에 대입해 보면 공정공시제도의 착근(着根)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일부 기업들은 공정공시제도를 기업의 보안유지를 위한 요긴한 구실로 이용하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M&A와 관련한 사안이 아니더라도“이런 사안까지 공정공시에 저촉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자가 묻는 것에 대해 확인을 거부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심지어 모 기업의 M&A와 관련한 경우에는 한 기업의 간부가 확인한 사안을 상대 업체의 간부가 공정공시를 이유로 부인해 버린 경우도 있었다. 이 같은 경우라면 한 쪽에서는 시중의 반향을 떠보기 위해 루머를 흘리고, 다른 한 쪽에서는 공정공시를 이유로 사안 자체를 부인하는 형국인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언급한 “공정공시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한 바 기업들이 이제는 웬만큼 제도에 적응을 하고 있다”는 대목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공정공시 위반시 적용하는 자율규제 체제를 법적규제 장치로 전환하는 방안을 연내에 법제화 한다는 당국의 청사진에는 이 같은 업계의 현실이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이다. <우현석기자(생활산업부) hnsk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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