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비싼 티켓만 팔린다
경기침체따른 소비양극화로 서민층 발길돌려
대형 공연장에 관객 계층화 현상이 두두러지고 있다. 로얄석의 경우 꾸준히 티켓이 나가는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좌석이나 공연장 2~3층의 객석은 텅 비어 가는 것.
경제 한파의 영향이 공연장으로 향하던 중류층 관객의 발길을 돌린 것으로 해석돼 각 공연장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다.
예술의전당 고희경 홍보실장은 "지난 5월 뮤지컬 렌트에서부터 R석은 매진이 되고 A,B석은 텅 비어가는 기현상이 나타났다"며 "보다 다양한 층의 관객을 모으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기획사 스타서치의 설도균 대표 역시 "지난해 여러 차례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결과 R석은 매진이 되는 반면 A,B석은 판매가 되지 않는 관객성향을 확인했다"며 "대중성을 좇아야 할지 고급 장르로 부각시켜야 할 지 기로에 서있는 뮤지컬 장르의 타깃 마련에 반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각 공연장이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내놓은 첫번째 해법은 정공법. 제대로 된 대규모 공연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을 끌어 모으겠다는 것이다.
스타서치의 설대표는 "경제한파의 영향으로 관객층이 얇아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관객성향의 변화 역시 눈에 띈다"며 "좀 더 돈을 주고라도 수준 있는 공연을 좋은 자리에서 감상하는 것으로 취향이 변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예술의전당 안호상 공연기획팀장도 "지난해 기획 공연 수를 줄이고 기획 및 대관공연의 질을 높이려 애쓴 결과 오히려 유료관객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발견했다"며 "어려울수록 꼭 필요한 공연을 엄선, 관객들의 발걸음을 공연장으로 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반영하듯 올 한해 무대에 올려질 공연 면모는 자못 화려하다.
예술의 전당은 올 한해 소프라노 제시노먼 초청독창회(4월28일), 쿠르트마주어 지휘에 장영주가 협연하는 런던필 초청공연(10월23~24일) 등 굵직굵직한 공연을 계획중이다.
올해 개관 2년차를 맞은 LG아트센터 역시 미하일 바리시티코프 내한공연 등 수준 있는 프로그램을 대거 유치했고, 세종문화회관 역시 모스크바 시티발레단 초청공연(10월22~27일), 첼리스트 요요마 초청음악회(12월1일) 등을 준비했다.
뮤지컬기획사 스타서치는 무려 70억원을 투자, 런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들여올 계획이다.
또 각 공연장은 자녀와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형 공연프로그램 마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녀교육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학부모들의 심리를 반영, 어린이 뿐 아니라 성인도 함깨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꾸며 여러 계층의 관객을 모으겠다는 것. 이러한 성향은 이미 '5세이상'마케팅에 성공한 '호두까기 인형'에서 확인된 바이기도 하다.
예술의전당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를 가족용 무대로 탈바꿈, 정규 레파토리 편성을 목표로 올 겨울 공연에 나선다. 어른관객과 함께 온 어린이 대신 어린이와 함께 온 어른관객에게 할인혜택을 부여한 것도 이채롭다.
제대로 된 기획프로그램을 개발, 매니아 층을 공략하는 것도 불황 타개의 대안. 지난해 뮤지컬 붐은 이미 매니아 층을 형성한 젊은 뮤지컬 매니아들의 전폭적 호응아래 가능했다는 게 음악계의 분석이다.
기획당시 관객이 들까 하는 우려가 높았던 '말러 교향곡 연주시리즈'역시 젊은이들 사이에 매니아를 형성하며 순항중이다. 5년차를 맞는 '해설이 있는 발레' 역시 열성 발레 팬과 발레 스타를 배출하며 애호가 층을 높였다.
악극이나 대형가수의 콘서트 등 '돈되는' 공연도 이에 한 몫 한다. 예술의전당 최종률 사장은 "많은 사람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모아 공연장 문턱을 낮출 수 있고 확보된 자금으로 거금이 필요한 공연을 기획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고 풀이했다.
미추홀예술진흥회 전경화 회장은 "외국 공연장에 가 보면 온통 노인층 관객이 다수이지만 우리 공연장엔 젊은 관객들이 많아 희망적 "이라며 "제대로 된 기획으로 승부해 불황을 넘어서는 작품들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