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경영권 승계 해법은?

“턱밑까지 창을 들이대는데 방패도 주지 않고 막으라면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 현대차그룹을 바라보는 재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결국 경영권 대물림이 문제라면 그 해법도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말이다. 혹자는 이번 현대ㆍ기아차그룹 파문이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는 없다’는 국민적 합의 도출이 목적이 아니냐고 말한다. “돈을 벌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일반인이나 기업인이나 마찬가지다”는 박용성 전 대한상의 회장의 말처럼 상속은 어찌 보면 가족사회에서 당연한 현실이다. 강남 학원가의 집값이 상승하는 것이나 ‘기러기 아빠’라는 신조어도 재산을 못 물려준다면 교육이라도 물려주겠다는 상속의 욕구가 출발점이 아닐까. 그런데 왜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있어서는 이렇게 탈도 많고 말도 많을까. ‘기업의 주인은 오너가 아닌 주주이므로 오너는 지분만큼만 경영권을 행사하라’는 교과서적인 말은 이제 지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이 당연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실정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기 위해 법률적인 검토를 거치겠지만 실정법과 국민정서법이라는 독특한 정서에서는 기업이 원하는 경영권 승계가 쉽지만은 않다. 재벌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배경에는 항상 경영권 승계가 자리잡고 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글로벌경쟁에서 일류기업으로 나서는 데 힘을 쏟기에도 모자란 판국에 경영권 승계에 힘을 낭비해야 하는 우리 기업의 현실이 안타깝다. 경영권 승계라는 말보다는 솔직하게 상속이라고 말하자. 그리고 상속이라면 상속세를 내고 자신 있게 기업을 인수하고 능력을 발휘해 경영권을 받는 오너 경영인을 보고 싶다. 일자리 창출, 투자 등에 우선 경영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기업들의 주장은 자본의 파업이 아니라 응석에 불과하다. 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인식변화에 앞서 사회가 기업에 대한 인식을 먼저 바꿔 기업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사회환원은 이익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양극화 해소 등 사회전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기업에 떠안기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또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제도적 틀도 마련해야 한다. 언제 주인이 바뀔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어떻게 안정된 경영으로 이익을 창출해 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까. 무한한 경영권을 찬성하지는 않지만 기업에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방패도 주지 않고 내놓기만 하라고 손을 내미는 것도 되짚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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