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금융시스템, 선진국 비해 취약 충격 커
중국 인민은행 "미국 소비 성장세 둔화, 중국 수출에 심각한 타격"올들어 미국 증시 9% 급락에 아시아 증시 평균 10%이상 동반하락
김정곤
기자 mckids@sed.co.kr
한때 뉴욕증시와 탈동조화(de-coupling) 경향을 보일 것이라던 아시아 증시가 21일 미국발 경기침체라는 바이러스에 독감이라도 걸린양 대폭락장을 연출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아시아 증시가 뉴욕 증시와의 동조화가 재연되는 이른바 리커플링(re-coupling)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금융 시스템이 미국 등 선진국가에 비해 취약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시작된 '시스템 위기'의 폭발력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에 따르면 창타오 중국 인민은행 국제경제팀장은 "미국의 소비 성장세가 둔화되면 중국의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미국 경제와 중국 경제의 '탈동조화(디커플링)'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또 "주택 가격 하락과 고유가 여파로 미국의 민간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며 "미국의 민간소비 감소는 중국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왕지안 중국 거시경제학회 회장도 "중국의 유럽 교역이 미국의 수출 감소를 상쇄시키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그 동안 중국이 고성장을 바탕으로 미국 경제와 디커플링하고 있다는 자신감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이들의 발언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소비국인 미국 경제가 휘청대면 중국은 물론 고속 성장하던 신흥개발 국가들의 경제 및 금융시장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커플링 논의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아시아 지역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2002년의 45%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아시아 지역 내 무역이 증가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아시아 수출품의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소비되고 있다.
올 들어 미국 증시와 아시아 증시의 동조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 등 신흥국가의 증시는 금융시스템이 미국 등 선진 국가에 비해 취약하기 때문에 동조화가 깊게 진행될수록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비록 아시아 국가들이 과거에 비해 외환 보유액이 넉넉하고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상태지만 글로벌 경제의 순환고리 속에서 나 홀로 안전하다는 믿음은 한번 무너지지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국ㆍ인도 등 최근 몇 년간 증시의 상승폭이 더욱 컸던 국가들의 경우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입력시간 : 2008/01/21 1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