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상 `연료첨가제`로 둔갑한 가짜휘발유가 등장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이 제품은 석유의 연산품인 솔벤트와 톨루엔에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약간의 알코올을 첨가해서 만든다. 알코올이 함유된 것 말고는 휘발유와 성분이 거의 같다. 그럼에도 이라크 전 등으로 유가가 천정부지로 뛰자 소비자들의 관심과 반응은 대단했다. 한 번 치솟은 인기는 정부가 세금탈루를 노린 전형적인 가짜휘발유로 판명해도 쉽사리 시들리 않고 있다.
이번 연료첨가제는 이러한 대중적 정서 외에 법의 허점을 파고 들어 끊임없이 논란을 확대 재생산, 생명력을 이어가는 점에서 과거 명멸했던 수많은 가짜휘발유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휘발유 엔진에 부담을 주거나 연료계통의 부식을 초래, 차량화재의 위험성이 적지않다. 또 연료첨가제를 연료의 40%까지 섞는다면 상식적으로 이는 첨가제라고 할 수 없다. 조미료를 음식에 40%까지 섞는 경우는 없지 않은가.
정부는 관련 법을 고쳐 연료첨가제의 혼합비율을 제한하고 세금부과대상 연료에 대한 규정도 구체화 했다. 이 법이 6월말 발효되면 첨가제를 빙자한 유사석유제품은 제도상 발을 못 붙이게 될 것이다. 대체연료 규정을 명문화 하여 국가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대체연료에 대한 지원은 강화하고 탈세를 노린 가짜 대체연료는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법규정도 정비돼야 한다.
법제도의 정비와 법정판결이 내려지면 유사석유 논쟁은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상유류 유통업자는 물론 뒤늦게 뛰어든 알코올연료 판매업자 등 선의의 피해자 양산은 불가피하다.
결국 유사석유제품(가짜 휘발유) 문제가 장기화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원인을 짚어보면 이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편적이고 흥미중심으로 대중적 관심에 영합한 것이다. 가짜휘발유 단속을 단지 정부 내지 대기업인 정유사와 중소기업간의 논란으로 치부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유사석유제품의 수입대체효과가 과연 있는지, 세금을 안내면서도 왜 그렇게 소비자가격이 높은지에 대한 검증은 찾아 보기 어려웠다. 정유사 역시 세금이 면제된 상태로 이 제품을 훨씬 싼 가격에 만들어 판매해도 되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명쾌한 답도 없었다.
법률적인 규제근거를 강화하고 명문화하는 것만큼이나 어떤 것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판단잣대도 바로 서야 한다.
<정원준(대한석유협회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