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사려깊은 임선근 제2보(17~30) 흑25로 가만히 뻗은 수는 임선근이 오래 생각하고 둔 것이었다. 그가 먼저 고려했던 것은 참고도의 흑1로 젖히는 수. 그것이면 백은 2로 끊고 볼 것이다. 흑은 3에서 5로 두어 충분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축이 되므로 6의 보강은 절대수인데 그때 7로 몰면 모든 것이 해결되니 흑이 나쁠 이유는 없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임선근은 그렇게 두지 않았다. 백8에 흑9가 불가피하므로 흑이 중복형이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며 그 판단은 옳았다. 좌하귀의 백돌 때문에 흑의 발전성이 의문이니까. 한편 창하오는 흑25를 보고 다른 생각을 했다. ‘뭐야. 이 아저씨가 너무 유연하게 두는군. 어디 한번 더 압박을 가해 볼까.’ 무심코 26으로 눌렀는데 흑27을 보고서는 아차 싶었다. 백26으로는 그냥 28의 자리에 잡아두는 것이 정수였던 것이다. 실전은 공연히 흑의 좌변을 굳혀준 결과가 아닌가. 여기서 순간적으로 마음이 상한 창하오. 흑29를 외면하고 30으로 달려가는 과감성을 보였다. 검토실에서는 한국선수단장 홍태선7단을 중심으로 충암연구회의 소년 맹장들이 검토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선수단은 부산에서 1차전을 치르고 비행기를 상경하여 하루를 쉰 상태.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4-10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