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러시아발 연이은 악재에 금융시장 휘청

"우크라 - EU 협정 실행땐 보복"… 푸틴, 전면수정 요구하며 위협

러 의회 "자국내 해외자산 동결"… 서방 경제제재 맞대응 법안 발의

G7·EU는 추가 제재 방침 암시… 루블화가치 하락·뉴욕증시도 급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의 협력협정의 연기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 의회에서 서방 국가의 제재에 대한 강도 높은 보복 방안을 발의했다는 소식에 러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 대통령이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최근 우크라이나 의회를 통과한 협력협정의 전면 재협상을 요구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한에서 그는 "협정 발효까지의 유예기간 15개월은 협정 내용의 전면 수정을 위한 협상팀을 꾸리는 데 사용돼야 한다"며 "우크라이나가 협정의 어떤 부분이라도 실행하려 한다면 즉각적이고 적절한 보복조치를 단행하겠다"고 위협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관계에 미칠 모든 위험요소를 고려한 협력협정의 전반적 수정만이 양국 간 무역과 경제적 고려사항을 유지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의 이 같은 주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원인이 됐던 EU·우크라이나 협력협정에 관해 러시아가 전혀 양보할 뜻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경제적 영향력 안에 묶어두려는 의중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EU와의 통합은 가능한 한 빨리 진행돼야 한다. EU를 향한 문은 우리에게 열려 있다고 확신한다"며 협력협정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동시에 휴전 유지를 위해 향후 3주 안으로 푸틴과의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이며 러시아와의 관계개선 의지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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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의회도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집권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한 의원이 지난 23일 러시아 내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25일 보도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법안은 러시아 내 외교적 면책권이 부여된 자산을 포함한 모든 외국 자산을 동결하고 서방의 제재로 자산이 동결된 자국민과 기업에 정부 예산으로 보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과 EU가 러시아 기업인의 해외 자산을 동결한 데 따른 보복 성격이 크다. 앞서 이탈리아 정부가 제재 대상에 올랐던 러시아 기업인 아르카디 로텐베르그의 재산(3,000만유로 상당)을 몰수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에 푸틴에 비판적인 정치평론가 보리스 넴초프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분의 빌라·아파트·호텔이 이탈리아에서 압류당하면 크렘린에 있는 당신의 공범이 러시아 정부 예산으로 손실을 보상할 법안을 즉각 발의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러시아와의 지난해 교역량이 4,38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내 기업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경우 지난해 대러 수출액이 194억달러에 달한다. 석유메이저 엑슨모빌은 러시아 석유회사와 공동으로 극동 지역 사할린 섬에 유전 및 가스전을 개발 중이다. 알루미늄 제작사 알코아는 러시아에서 공장 2곳을 가동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도 러시아와의 경제교류가 활발한 국가를 중심으로 경기침체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맞불을 놓듯 서방도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 방침을 암시했다. 선진7개국(G7)과 EU 외무장관들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회의를 연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휴전에 협력하지 않으면 '추가적으로 대가를 치르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러시아가 실질적 휴전이 성립되기 위한 노력을 보여줄 경우 기존 제재도 철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25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렸다. 당장 러시아 금융시장부터 하락세를 보였으며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인 루블화 가치가 이날 0.7% 하락하고 달러화로 거래되는 RTS 증시는 1.65% 떨어졌다. 전 세계 금융시장도 일제히 하락해 뉴욕증시도 이날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각각 1.54%, 1.62% 떨어지며 지난 두 달 사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전날보다 0.061%포인트 떨어진 2.503%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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