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좌파 신자유주의의 덫

대통령의 변신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반미’ 이미지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다소 성급하고 굴욕적인 자세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맹렬히 추진하고 있다. 평준화에 신들린 사람처럼 ‘일류’를 향한 원인 모를 적대감을 표출하던 사람이 “살다 보니 일류가 필요한 것 같다. 우리 일류로 가자”고 호소하고 있다.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르던 사람이 이제는 일본선박 나포도 불사하겠다며 초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대통령의 변신을 ‘유죄’라고 단언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의 초석이 됐던 산업화 과정의 소외 계층들은 집권 직후 줄줄이 나온 친기업적 정책들을 대통령의 변신으로 단정하고 반노로 돌아섰고 급기야 일부는 정권 타도를 외치고 있다. 대통령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었던 영화계도 한미 FTA 협상을 ‘제2의 을사늑약’이라며 변절이라고 단죄하고 있다. 대통령의 변신이든, 필부의 변신이든 변신 그 자체만으로 단죄하는 것은 위험하다. 중요한 것은 변신의 내용과 진정성이다. 즉, 문제는 변신의 내용이 일관성이 있느냐, 변신에 진정성이 담겨 있느냐다. 대통령의 변신은 스스로 요약한대로 ‘좌파신자유주의’로의 변신이다. 사회계층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는 극도의 평등주의로 열등한 평등을 지향하는 좌파와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는 신자유주의는 사실상 접점이 없는 두 개의 개념이다. 융합불가의 두 개념을 동시에 지향한다는 것은 어떤 사안은 좌파식으로 어떤 사안은 신자유주의식으로 일관성 없이 뒤섞는 것으로 결국 혼란과 모순, 발전의 후퇴라는 최악의 결과, 즉 ‘좌파신자유주의의 덫’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높은 수준의 개방이라는 미명 아래 한미 FTA는 조건도 시기도 아무것도 안 따지고 밀어붙이고 외국자본에 국내시장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은 분명 신자유주의적 접근법의 모방이다. 그런데 정작 신자유주의적 접근법이 성공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할 부분에서 신자유주의는 온데간데없고 좌파적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 외국자본에 맞설 경쟁력을 키워주기는커녕 비정규직법ㆍ출자총액제한제도ㆍ대학평준화 등 좌파적 발상으로 국내기업과 인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좌파의 발목잡기로 경쟁력은 키우지도 못한 채 서둘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사인했다가 섣부른 개방으로 중국과 인도에 일자리를 뺏기고 있는 멕시코야 말로 좌파신자유주의의 덫에 걸린 꼴이다. 일류를 백안시하던 대통령이 “이제 일류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일류로 가자”고 호소하는 것은 변신의 시작에 불과하다. 열등한 평등을 지향하는 좌파적 맹신 위에 어정쩡하게 얹혀진 일류론이라면 좌파신자유주의의 덫에 우리 모두를 가두는 어설픈 변신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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