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용의 눈물과 기아/김준수 정경부 차장대우(기자의 눈)

KBS 대하사극 「용의 눈물」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틱한 역사적 사실과 탄탄한 구성때문이겠지만 전개과정이 대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요즘의 정치상황과 비슷한 것도 시청률을 올리는데 톡톡히 역할을 했다.조선건국초기 피의 혼란이 일어난 것은 권력다툼때문이지만 근본적인 배경에는 신권주의와 왕권주의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결과는 이방원을 필두로 한 왕권주의의 승리. 이방원은 그러나 신권주의자들이 주창한 정치개혁방안을 수용, 사병혁파와 공신척결에 주저하지 않음으로써 찬란한 세종대왕시대를 열게 했다. 「용의 눈물」을 기아사태와 대비해도 상당히 맞아떨어진다. 기아사태는 전문경영인 중심의 신권주의와 오너중심의 왕권주의간 대립 양상을 빚었다. 소위 국민기업과 재벌기업 중 어느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논쟁으로 번졌고 설상가상으로 시나리오설이 퍼지면서 정치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왕권파」의 지지자인 삼성은 전략이 발각돼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중재에 나서야 하는 정부는 섣불리 한 쪽 편을 드는 등 어설픈 행동으로 일관, 도리어 짐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상대방인 제일은행은 「항복문서」, 즉 은행장의 사표와 임직원 감축 동의서 등을 먼저 내야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여론을 등에 업고 유리한 고지를 점한 「국민기업」이 앞으로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제 이방원처럼 상대방의 주장을 과감히 수용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 공신척결과 사병혁파, 즉 경영진을 갈고 임직원을 대대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비재벌기업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요소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재벌기업의 장점을 부분적으로 소화, 새로운 기아를 창조해야 한다. 또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같은 일들은 김선홍회장이 직접 할 성질이 아니라는데 있다. 부도유예에 이른 책임을 최고경영자가 지지 않는다면 책임경영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용」이 된 이성계가 승천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게 된 원인은 자신의 역할을 과신했기 때문이다. 진작 물러나고 이방원에게 권력을 양여했다면 피의 상잔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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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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