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높은 담을 쌓아도 도둑을 100%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개인정보의 보안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해킹 기술이 요즘처럼 첨단화한 시대에는 개인정보 보안을 아무리 철저히 해서 디지털화해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빼낼 수 있다"고 말한다. 카드 정보유출 사태 직후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이 관련자 처벌을 외치고 피해보상을 얘기하지만 정작 현시점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은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프레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개인정보의 보호장벽을 높이는 것과 함께 선진국들처럼 불법정보를 이용하는 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훨씬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개인정보 매매가 산업화하는 등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한 만큼 정보 보안과 더불어 불법정보를 빼내거나 이를 가공해 판매, 활용하는 2·3차 범법자들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당국은 물론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1억건이 넘는 카드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자 20일 총리실을 비롯한 정부부처는 물론 국회에서도 관련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차제에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확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나간 정보들이 데이터와 정보 가공 등의 절차를 거쳐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법을 고쳐서라도 '누출된 정보의 가공'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유출된 1억580만건의 개인정보는 여타 카드사와 제휴한 가맹점과도 정보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유출 개인정보에 대한 2·3차 가공이 얼마든 일어날 수 있는 셈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동의하지 않은 개인정보가 빅데이터로 뭉쳐 유출되는 상황을 막는 게 필요하다"면서 "개인의 동의절차를 강화하기보다는 정보를 활용하는 기업에 대한 사후제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