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입주업체들 "수출 어떡해…" 당혹

원산지문제 안풀리면 반제품 생산 불가피<br>"실익 거의없어…정부차원 협상력 높여야"


미국ㆍ일본 등 주요 무역 상대국들이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의 한국산 인정을 수용하지 않으려는 기류가 형성되면서 개성공단에 진출하거나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이미 입주한 업체를 비롯해 지난 9월 1단계 공업단지 입주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들은 대북사업이 순항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러나 최근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의 발언 파문과 함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이 업체들은 개성공단 입주를 통한 실익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며 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원섭 개성공단기업책임자회의 서울사무소 부장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수출을 염두에 두고 인건비가 싼 개성에 진출한 만큼 원산지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개성공단’이라는 대형 프로젝트가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나 현재도 수출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입장은 다급하다. 화장품 용기를 일본ㆍ유럽 등지에 수출하는 태성산업의 배해동 대표는 “개성공단에서 제품을 만들어도 원산지 규정 때문에 반제품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연간 매출 240억원 가운데 40% 정도를 수출로 벌어들이고 있는 이 회사는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완제품 상태로 수출하지 못하다 보니 결국 반제품으로 만들어 국내 안양 공장으로 다시 들여와 마무리 공정을 거쳐 수출하는 이중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 배 대표는 “물류비 비중을 처음에는 매출의 5% 이내로 책정했지만 반제품 형태로 다시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물류비가 10% 내외로 2배나 들어 현재로서는 실익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당장의 이익을 보고 개성공단에 진출한 것이 아닌 만큼 인내심을 갖고 사업에 임하겠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협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주문했다. 시계업체인 로만손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1차 연도(내년 8월까지)에 개성공장에서 30만개의 시계를 생산하고 2차 연도에 50만개, 3차 연도에는 80만개를 생산해 전체 물량(연간 100만개)의 80%를 북한에서 소화하겠다는 계획인데 일련의 상황과 관련,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수출비중이 절반을 넘는 만큼 원산지 족쇄에서 벗어나야 개성공단 진출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모업체 대표는 “당초 개성공단에 대한 사업설명회를 하면서 정부 측은 저렴한 인건비와 물류비를 내세우고 장기적으로는 남북경협의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장밋빛 전망’만 보여줬다”며 “특히 원산지 문제에 대해서도 그동안 업체들이 우려를 표명했지만 당국자들은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감 넘치는 발언만 하더니 지금 이게 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중소기업들은 이번에 불거진 원산지 문제와 함께 통신 및 전략물자 반출건 등도 속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기문 개성공단기업책임자회의 회장은 최근 포럼에서 북측 근로자에 대한 해고권을 남측 업체가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즉 북측 근로자에 대한 상벌규정ㆍ해고권한도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제대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말이다. 이와 함께 대부분 입주업체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개성공단 방문인원의 출입절차 개선 ▦전화 및 팩스 등 통신문제의 조속한 해결 ▦제품 및 물자의 반출절차 간소화 등에 대한 개선도 요구했다. 이처럼 주요 무역 상대국들의 개성공단 제품의 ‘메이드 인 코리아’화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라는 당면과제와 함께 개성공단 프로젝트 자체를 흔들 만한 위험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개성공단이 예의 ‘장밋빛 전망’을 실천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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