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정책 허와실:하/벤처캐피털 육성숙제로(떠오르는 벤처기업:3)

◎창투조합 성장위해 자금조달 활성화 방안 시급/외국인출자 규제완화·코스닥 정상화도 해결과제『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온다』 얼마전 어느 창투사 사장은 최근 사회전반에서 일고있는 벤처산업 붐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사실 창투사들은 10여년간 갖가지 규제와 저조한 투자실적으로 인해 개점휴업상태를 면치 못했다. 회사당 많게는 1백억원이상의 손실을 입고 있는가 하면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도 뿌리깊게 박혀 있었다. 그런 창투사들이 이제 새로운 전성기를 맞아 출전채비에 바쁜 모습이다. 오정현 투자회사협 회장은 『무엇보다 벤처산업이 한국경제의 활로를 타개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 큰 성과』라면서 『이제 협회도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벤쳐기업 육성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의 창투사는 모두 54개. 2조6천7백33억원의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1천6백49개 업체에 1조2천3백78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놓은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투자가 활발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코스닥시장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는 사례도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벤쳐캐피탈이 돈을 벌 수도 있다는 새로운 인식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작 벤처캐피탈의 입장이 배제된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몰고나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않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에서 벤처기업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는한 벤처캐피탈의 존립근거도 그만큼 허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첨단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들이 자금에 신경쓰지 않고 기술 개발에 만 전념하기 위해서는 조달코스트가 없는 무담보자금인 창업투자조합의 활발한 결성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말 현재 결성된 투자조합은 모두 71개, 8천5백24억원인데 반해 자본금이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회사재산은 1조8천2백9억원으로 순수한 외부자금이 절반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왜곡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정부가 벤처캐피탈을 자본금 위주로 대형화시킨다는 발상에만 급급해 있을뿐 정통적인 벤처투자자금의 원활한 조달에는 별로 관심을 갖고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조합이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월등한 투자메리트를 갖지않는한 당초 기대만큼 시중자금이 유입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견해다. 이를위해 투자조합 출자분 전액에 대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거나 벤처기업 투자분의 일부를 정부가 보전해 주는 투자보험제도의 도입방안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또 연·기금같은 기관투자가의 경우 내부규정상 아예 투자조합 출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이또한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창투사들이 정작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지난해 전면 동결됐던 외국인자금. 지난해만해도 당초 외국인 출자계획이 전체 조합분의 90%를 웃돌만큼 외국인들은 한국의 벤쳐캐피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상태다. 정환철 제일창투 사장은 『외국계 조합은 투자규모가 큰데다 장기저리자금이라 벤쳐기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루빨리 규제가 풀려야 한다』고 밝혔다. 벤처산업의 주요 자금조달원인 코스닥시장이 제자리를 잡는 것도 해결해야할 문제다. 대주주들이 물량을 움켜쥐고 있어 유동성이 부족하다 보니 주가가 천정처럼 치솟아도 실제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주가버블현상을 빚고 있다. 창투사들이 보유주식을 매도하기도 쉽지않다. 과거처럼 반강제적인 약정투자나 단순한 자금놀이에서 과감히 탈피해 정통적인 의미의 벤처캐피탈을 되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창투사의 지원을 받았던 벤처기업들이 아예 창투사를 새로 설립한 사실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대우 신보창투 사장은 『이제는 창투사가 나서야 할때다. 벤처기업과 동반자적인 관계에서 그들과 함께 성장하는 자세를 갖추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캐피탈이 21세기 기술혁신시대를 튼튼하게 뒷받침해줄 새로운 금융시스템으로 자리잡기에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이 남아있는 것이다.<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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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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