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건설현장 건자재 바닥났다] 성수기 눈앞… 해외원정 구입까지

연일 계속되는 원자재난에 따른 건자재 부족으로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건설붐을 타고 철강, 비철금속 등 각종 기초 건자재가 `블랙홀` 중국으로 흡수되면서 건자재 대란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01년 이후부터 부동산 개발붐을 타고 철강재는 물론, 동, 알루미늄 등의 비철금속 품목의 대다수를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전기동(電氣銅)제품의 경우 한달 새 무려 200달러가 넘는 가격상승을 기록, 일선 건설현장에서 아예 원자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건자재 `동맥경화` 현상에 시공중단마저 속출 = 비철금속 등 일부 건자재의 경우 중간상인(유통업자)들이 추가가격 상승을 기대, 공급물량을 묶어두는 이른바 `동맥경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특히 100% 수입에 의존하는 동, 알루미늄등의 비철금속은 대다수 유통업체들이 수급조절을 위해 2~3개월치를 비축하면서 인상분 만큼 납품가격을 올려 받고 있다. 당장 내다팔기보다 가지고 있는 게 남는 장사라는 계산 때문이다. 경기 반월공단의 동파이프 제조업자 박 모(43)씨는 “거래하던 유통업체들이 갑자기 공급물량을 끊거나 줄이고 있다”며 “분명히 비축물량이 있는데도 평소보다 2배이상 높은 가격을 불러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으로 동파이프 제품의 경우 이로 인해 두 달 사이 kg당 1,100원이나 가격이 올랐다. 자재부족으로 시공중단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 건설업체인 D사의 한 관계자는 “기초 공사 도중 철근이 부족해 자칫 건설을 중단해야 할 판국”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경남도 등에서는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수해복구, 도로확장공사 등에도 철근이 부족해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일부업체 자재 구하려 해외원정까지 = 건자재 물량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자 일부 업체들은 직접 건자재를 구하러 멕시코, 칠레 등으로 해외원정까지 나서고 있다. 동파이프를 판매하는 경기도 안산의 H금속 관계자는 "칠레 등지에서 해외 오퍼상을 인터넷으로 접촉해 어렵사리 물량을 대고 있다"면서 “그마저 중국 업체들이 사재기를 하는 통에 물량대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동, 알루미늄 등의 스크랩(Scrapㆍ지스러기 금속)을 수집하는 공단 주변의 수집상도 수거량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 주변의 한 수집상은 “거래하던 공장들이 생산을 중단하고 있어 스크랩 수집은커녕, 제때 수집물량 공급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수집상은 현재 일반 주택가에서 나오는 물량마저 크게 줄어 공급계약을 중단한 업체들이 많다고 전했다. ◇분양가 상승에 건설대란 우려, 대책마련 시급 = 건자재난이 심각해지면서 3월 성수기를 앞둔 건설업계는 분양가 상승과 건설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도 “최근의 철근 가격 상승분만 치더라도 시공단가가 15%이상 오르게 된다”며 “결국 아파트 평당 분양가를 최소 10만원 정도 올리는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건자재 및 건설업체들은 조달청, 산자부 등 정부에 원자재 수급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건설업체 구매담당자 모임인 건설사자재직협의회의 최현석 회장은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원가부담이 수백억원 늘어 업계 전체로 1조5천억원 이상의 부담이 불가피해졌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건자재 업체들 역시 “과거 납품단가의 65%를 차지하던 원자재값이 현재 85~90%를 차지한다”며 “조달청이 나서서 수입물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조달청 등은 자재난 피해가 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비축물량 방출을 늘릴 계획이다. 조달청 강원순 원자재비축계획국장은 “중소업체들을 대상으로 전기동, 알루미늄, 아연 등의 방출을 늘릴 예정”이라며 “현재 4개월 정도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종훈기자, 현상경기자, 이상훈기자 jhohn@sed.co.kr>

관련기사



온종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