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어둠속의 적… 결국 시간과의 싸움

■ 美공격시기·수위 어떻게 되나뚜렷한 공격목표 찾기 어려워 수년 걸릴수도 미국의 '21세기 최초 전쟁'이 지난 91년 걸프전 때와는 달리 수년이 걸리는 장기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미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적 및 공격대상의 불분명, 군사행동이 어려운 아프가니스탄 지형, 무리한 보복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하고 이번 전쟁이 장기전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특히 이번 전쟁이 테러범에 대한 보복 뿐 아니라 테러지원 국가에 대한 응징까지 목표로 하고 있어 단기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 장기전 대비하는 미 지도부 딕 체니 미국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미 수뇌부들은 16일 잇따라 이번 전쟁에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사행동을 개시하기도 전에 지도부가 장기전을 언급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이는 그만큼 이번 사건의 복잡성을 반영한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NBC 방송에 출연, "이번 전쟁은 명확한 공격목표가 있던 걸프전과는 달리 전세계에 퍼져 있는 테러조직을 상대로 한 것"이라며 "수년이 걸리더라도 전세계에 있는 테러조직을 분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빈 라덴과 모든 추종세력을 추적할 것이며 빈 라덴에게 기지나 훈련시설, 은신처, 자금 등을 지원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보복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럼즈펠드 장관도 이날 ABC방송에서 "전쟁은 며칠이 아니라 몇 년 동안 계속될 것이며 테러조직의 자금원을 뿌리 뽑는 데는 특수작전도 필요하다"며 장기전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군사전략가들은 실제 전쟁 발발과 지상군 투입까지에만 1~2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 군사적 부담 커 미 지도부는 현재 군사행동의 수위와 시기를 조절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부가 테러사건의 배후인물로 오사마 빈 라덴을 확신하고 있지만 군사행동의 폭과 수준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16일 보도했다. 빈 라덴이 은닉해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주요 시설물이 거의 없어 폭격대상을 찾기 어려운데다 폭격을 하더라도 무고한 민간인만을 희생자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이라크와 달리 미군기지 등과 멀리 떨어져 있어 지상군을 전면 투입하기 어려운 점도 난제로 꼽히고 있다. 지상군을 투입하더라도 지난 80년대 구소련의 예에서 보듯 산악지형의 저개발국에서 뚜렷한 군사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도 부담이다. 또 자칫 지상군을 투입했다가 이슬람 국가들의 반미감정을 촉발시켜 중동전으로 확대되는 상황도 전면적인 군사행동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 외교과제도 산적 유럽을 비롯한 전통적인 우방국들조차 테러에 대한 보복 자체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전폭적인 군사적 지원에는 주저하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유럽국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차원의 자위권발동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섣부른 아프가니스탄 공격은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를 전쟁행위로 규정하면서도 그러나 테러에 대한 군사적 대응 방식을 거론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확실한 증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이 보복공격을 전개하기 이전에 테러 범인을 명확히 입증할 것을 주문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등도 미국측에 신중한 대응을 촉구한 상태다. 아직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전면적인 군사행동에 대한 회의론이 퍼져가고 있는 것도 미국의 입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 영국 BBC 방송은 미국의 보복공격이 테러에 대한 화풀이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테러와 아프가니스탄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결코 도움을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방송은 미국이 가난과 내전에 찌든 아프가니스탄의 상황과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한 철저한 고려 없이 전면공격을 감행했다가는 반미감정만 키우고 제 2, 제 3의 탈레반을 양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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