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바둑은 슬픈 드라마

제11보(201∼218)



백2, 4로 흑 한 점을 끊어잡는 수가 선수로 두어졌다. 이렇게 갖가지 권리를 모두 행사한 이후에 비로소 6에 따냈다. "흑이 그곳을 따낼 찬스가 없었을까?"(필자) "없었어요."(윤현석) 흑7이 놓였을 때 박정상9단이 백8을 예상했다. 강동윤이 기대한 그림은 참고도1의 백1이었을 것이다. 그것이면 이 방면은 모두 공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전보의 백8로 두게 되자 문제가 심각하게 되었다. 흑11로 이은 것은 던질 자리를 찾은 수. 백14로 덮어씌우자 흑 3점의 탈출로가 보이지 않는다. 흑15, 17로 움직여 보았지만 모두가 보태준 결과가 되었다. 원래는 공배나 다름없는 지역에서 백의 집이 10집 이상 새로 생겼다. 백18을 보고 강동윤은 돌을 던졌다. 이제는 반면으로도 백이 남는 형세가 되었다. "원래 상변의 전투가 끝난 시점에서 흑이 이길 수 없는 바둑이 되어 있었어요. 그 이후는 강동윤이 허공에 그림을 그려본 것뿐이지요."(윤현석) 참고도2가 중반의 실제 수순이다. 강동윤은 상변에 쳐들어온 백을 몽땅 잡으려다가 흑돌 5점을 희생시키면서 큰 손해를 보고 말았다. 수순 가운데 흑7로 14의 자리에 몰아 패를 했더라면 흑이 유망한 바둑이었다. 패도 하지 않고 그냥 모두 삼키려 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강동윤이 뭔가 착각을 했던 것 같아요."(박정상) 착각은 늘 등장한다. 프로기사들도 종종 단수를 못 보고 어이없이 무너질 때가 있다. 그래서 사카다9단은 바둑을 '슬픈 드라마'라고 했을 것이다. 218수끝 백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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