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뒷북치기’ 만연 사회적 큰손실

“조류 독감 발생 이후 닭, 오리 관련 산업 종사자 72만명이 도산과 실직 위기 몰려… 가족까지 합치면 최소 150만 명 생존 위협…” 지난 주 한 일간지에 나온 기사 중 한 대목이다. 이렇게 닭, 오리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 벼랑 끝에 몰리자 뒤늦게 정부를 비롯해 의사, 교수, 국회의원 등이 대책을 들고 나오고, 홍보에 애를 쓰는 모습이다. 언론도 조류독감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 지면 할애를 늘리고 있다. 유통업체에서도 이제야 닭, 오리 판촉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맞게 된 것에 대해 굳이 책임소재를 따진다면 특히 총선과 당리당략에만 온통 신경을 써온 정치권의 무대책과 소비자들이 조류독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언론의 늑장 대응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조류 독감의 경우 말고도 최근 우리 사회는 뒷북을 치는 일이 만연돼 있다. 잇단 실종 청소년, 어린이들이 죽고 난 뒤에 벌어지고 있는 뒷북 수사, 투기꾼들이 재미를 본 뒤에 토지 투기에 대해 뒷북 규제를 하고 있고, 증시에서도 늘 그래왔듯이 기관과 개인이 외국인의 뒷북을 치고 있다. 기업도 뒷북 경영은 마찬가지다. 불황일 때는 불황이라서 너무 몸을 사려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미래에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고, 호황기나 사업이 잘돼 돈이 좀 모이면 무리한 투자나 사업 확대로 큰 손실을 보거나 문을 닫는 기업을 흔히 볼 수 있다. 뒤늦게 후회를 한들 시장과 고객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14년 동안 홍보, 광고 등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해온 나로서는 `타이밍(timing)`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경험으로 실감하고 있다. 경쟁 업체를 뒤따라 하는 뒷북 홍보는 효과를 보기 어렵고, 뒷북 광고는 매출을 늘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돈이 더 든다. 고객의 니즈(Needs)와 사회의 흐름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남들이 주저주저할 때 앞서 나가야 그 효과는 배가된다. 최근 잇단 실종 사건, 흉악 범죄가 기승을 부릴 때 TV 홈쇼핑에서 경호상품을 판매해 언론에 크게 이슈화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사회적 이슈를 파악한 시의적절한 신상품 판매와 홍보의 결과였다. 이제는 정부나 언론, 기업에 몸담고 홍보 하는 사람 모두가 뒷북 치는 일이 얼마나 많은 기회 손실을 낳는지 곱씹어봐야 할 때다. <이길수 우리홈쇼핑 홍보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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