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반대운동’이 촛불시위로 번질 조짐이다. ‘국민연금의 비밀’이라는 한 네티즌의 글에서 촉발된 이 운동은 보험료율을 올리고 연금 수급액을 낮추려는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 추진과 맞물려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많은 국민들은 맞벌이 부부가 따로 국민연금을 냈더라도 어느 한쪽이 먼저 사망한 경우 유족연금(50%)을 한푼도 지급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데 심정적으로 동의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사회보험의 일반적 원칙은 한 사람에게 급여가 집중되는 것을 방지해 좀더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데 있다”며 “두가지 급여를 모두 받는다면 다른 가입자들이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남녀 모두가 소득활동을 많이 하는 선진국에서는 유족연금을 아예 없애버린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문제는 정부가 국민연금과 공무원ㆍ군인ㆍ사학(사립학교교직원)연금간에 존재하는 엄청난 ‘차별’을 해소하는 데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데 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각각 타는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사망하면 본인의 연금 외에 유족연금(공무원연금은 70%, 국민연금은 50%)을, 둘 다 공무원연금을 타는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사망하면 본인의 연금과 유족연금(35%)을 함께 받는다. 따라서 ‘국민연금 부부’가 가장 큰 불이익을 받는 셈이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간 차별대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은 급여액이 가장 큰 퇴직 전 3년간 평균보수를 기준으로 연금 수급액을 산정하지만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내는 동안의 보수를 그때 그때 반영한다.
정부는 미래의 재정부담을 이유로 오는 2008년까지 국민연금 보험급여 수준을 현행 표준소득의 60%(40년 가입 기준)에서 50%로 단계적으로 낮출 예정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대해서는 쌍심지를 켜는 공무원들도 막상 자기 ‘밥그릇’(공무원연금)에 대해서는 “퇴직금ㆍ장해연금 등의 성격이 가미돼 있으므로 국민연금과 같은 잣대를 적용할 수 없다”며 구조조정에 소극적이다. 지난해 공무원ㆍ군인연금 지급에 8,000억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가 쓰였지만 연금급여 수준을 낮추겠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쯤이면 공무원연금 등을 ‘특권층연금’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공적연금간 형평성을 높이고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는 연금제도 개혁의 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임웅재 정보산업부 차장 jae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