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슈추적] 은행경영 ‘1대9’ 법칙이 지배한다

`10%의 고객이 90%의 수익을 가져온다` 20%의 핵심 고객이 80%의 수익을 가져온다는 마케팅의 대원칙, 일명 `2대8의 법칙`이 은행권에서 깨지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미 10%의 고객이 90%의 수익을 가져오는 `1대9`의 수익구조로 변했고 다른 은행들도 `2대8`에서 `1대9`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앞으로 수익기여도가 높은 `VIP고객`에 대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수익성이 좋은 수수료업무를 늘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의 수익에 별 도움이 안되는 하위 고객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미국 등 선진국 처럼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새로운 관리방식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1대9`법칙이 은행을 지배= 한미은행의 경우 상위 11%의 우량고객들이 개인영업부문 수익의 총 89%를 차지해 90%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미은행은 2%의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이 전체 수익의 60%를 기여하고 있어 PB영업이 은행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전체 고객가운데 상위 13%의 개인고객이 이 부문 수익의 89%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PB영업에 주력해온 후발은행들은 1대9의 법칙에 거의 접근해 있다는 얘기다. 신한은행도 지난 2002년말 상위 17%의 고객이 개인고객 수입의 80%를 가져오던 구조에서 올 상반기에는 15%의 고객이 85%의 수익을 내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은행의 경우 5%의 고객이 은행 수익의 7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제일은행도 상위 10%의 고객이 전체 수익의 84%를 기여하고 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놓았다. 외환은행은 상위 10%의 고객들의 예금액이 전체 개인고객 예금액의 9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예금에 대해서도 우량고객의 점유율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하위 고객들 `거래하면 거래할수록 손해`= H은행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상위 14%의 고객들이 은행 전체 순익의 100%를 올려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나머지 86%의 고객들은 거래하면 거래할수록 은행에 손해라는 의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상위 20% 정도의 고객들이 이익을 만들어내면 나머지 80%의 고객들이 이익을 조금씩 깎아먹는 것이 현재 은행 산업의 구조”라며 “결국 은행들은 우량고객들에게 더욱 서비스를 집중해 수익을 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좌이체 수수료만 하더라도 창구나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할 경우 인건비를 포함한 실제 비용은 약 5,000원 선”이라며 “그렇지만 고객정서와 은행의 공익성을 고려해 최고 2,000원 이상은 받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은행에 기여도가 낮은 하위고객들에 대해서는 예금ㆍ대출 거래실적 등을 기준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유지하는 데 따른 수수료(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향을 가게 될 것”이라며 “서민들의 정서적 거부감 때문에 늦어지고 있지만 점진적으로 도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조기 해외유학` 수익구조 변화 한몫 은행들이 `1대9` 원칙에 지배를 받게 된 배경에는 의외로 `조기 해외유학 붐`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상위 10%의 우량 고객들은 자녀를 해외에서 공부시키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환전수요 등이 은행의 수수료 수익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의 경우 지난 2002년 상반기 960억원이던 환전 수수료 수익이 올 상반기에는 1,216억원으로 26%나 증가했다. 올 상반기 총 수수료 수익 2,716억원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1달러당 은행 환전 마진이 12원 정도로 해외송금 수요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은행은 덕을 보게 된다”며 “해외송금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우량고객들의 수익기여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해외송금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학생과 조기유학생이 해외에서 쓴 돈은 1998년 8억2,970만달러, 2000년 9억5,780만달러, 2001년 10억7,000만달러, 2002년 14억2,610만 달러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에는 20억달러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개인들의 해외직접투자가 허용되는 등 부자 고객들의 해외 자본투자가 활발해 지면 이들의 은행수익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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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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