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모바일 르네상스 벨을 울려라] <1부> 1. 영원한 승자는 없다

잘나가던 모토로라 마저…"변화 뒤처지면 도태"<br>적극 대응한 한국업체는 세계 터치폰 시장 장악등 대약진<br>글로벌 침체 맞아 또 한번의 변신 요구…전략수정 불가피



『 한국 휴대폰이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터치’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는 등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만큼 위상도 높아졌다. 디자인에서 성능ㆍ품질까지 글로벌 브랜드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인정 받으며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성과에 만족할 수만은 없다. 휴대폰은 한국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더욱 비상(飛上)해야 하고 우리 경제를 살릴 구원투수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갈 길이 바쁜 휴대폰 업계에 암초가 생겼다. 최근에 밀어닥친 글로벌 경기침체가 또 다른 서바이벌 게임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8회에 걸쳐 격랑기 휴대폰 시장의 현주소를 분석하고 또 한번의 도약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영원한 승자는 없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시기에 ‘부동(不動)’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특히 변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는 정보기술(IT)의 대표주자 휴대폰은 더욱 그렇다. 변화를 수용하고 이를 선도하는 자만이 살아남고 뒤처지는 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최근 휴대폰 시장을 보면 이를 실감할 수 있다. 불과 3년 전 모토로라는 당시 최고의 휴대폰이라는 극찬을 받은 ‘레이저폰’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1.2%까지 끌어올리며 삼성전자(11.4%)를 두 배 이상 앞섰다. 하지만 거기서 끝났다. 현재 모토로라는 ‘빅5’ 중 끝에서 두번째로 추락했다. ‘레이저폰’의 영화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이는 변화를 선도하지 못하는 업체가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변화의 대가는 시장점유율 상승=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4년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도한 것은 폴더형과 슬라이드형 단말기였다. 하지만 2007년 6월 애플이 풀터치스크린폰 ‘아이폰’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바뀌었고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ㆍSA) 등 각종 시장 조사기관들도 ‘향후 휴대폰 시장의 대세는 터치스크린과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로부터 1년. 현재 세계 터치폰 시장을 장악한 곳은 애플이 아닌 바로 한국의 휴대폰 업체들이다.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계열 등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들이 출시한 휴대폰 가운데 터치폰의 비중은 약 10%에 달한다. 모토로라가 이제 터치폰을 시작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만큼 우리나라 업체들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의미다. 그 결과는 코리아 모바일의 대약진으로 나타나고 있다. SA에 따르면 올 3ㆍ4분기에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계열 등 국내 제조사들이 판매한 휴대폰은 약 7,500만대로 시장의 약 25%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7.1%로 세계 2위에 우뚝 섰고 LG전자 역시 점유율을 1년 전보다 0.4%포인트 끌어올린 7.6%로 늘렸다.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에 시장은 점유율 상승이라는 상을 준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또 한번의 변신을 강요하다=하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글로벌 경기침체는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에 또 한번의 변신을 강요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경기침체는 휴대폰 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키아는 최근 올해 글로벌 휴대폰 시장규모를 처음으로 12억6,000만대에서 12억4,00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 조사업체인 가트너는 내년 휴대폰 시장이 최대 4%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JP모건과 메릴린치 등도 각각 3.9%, 5% 뒷걸음칠 것이라는 잿빛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이번 경기침체의 여파가 클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김환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상무는 “시장이 위축되고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면서 당초 예상에 비해 시장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며 “생존 차원의 가격경쟁도 촉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수시장 상황도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올 10월 내수시장 규모는 약 155만대로 최고 전성기였던 4월의 276만대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여기에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 탑재 의무화 제도가 내년부터 없어지면 외산 휴대폰의 공습도 예상된다. 김일중 팬택계열 내수총괄 사장은 “외산 스마트폰은 미풍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반 휴대폰의 경우는 모델에 따라 시장판도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경쟁구도 변화=신규 업체들의 시장진입도 만만치 않다. 애플은 3ㆍ4분기에 69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해 단번에 세계 6위 업체로 뛰어올랐다. 구글도 최근 안드로이드 휴대폰 ‘G1’을 내놓고 휴대폰 시장에 도전장을 냈고 HPㆍ델 등도 호시탐탐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신규 업체들의 진입이 앞으로 휴대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특히 하드웨어ㆍ통신 등 기술적인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스마트폰에 대한 일반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서비스 플랫폼 사업은 더욱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노키아는 ‘오비’ 등을 통해, 애플은 ‘아이튠스’를 통해 이동통신사의 영역을 넘보고 있는 것도 변화를 재촉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 시장의 변화는 국내 휴대폰 업계의 전략수정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신동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장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비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경쟁사들이 머뭇거릴 수 있는 지금이 미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좋은 기회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송영규차장(팀장)ㆍ이규진차장ㆍ황정원기자ㆍ임지훈기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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