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험관리' 명분 中企대출 기피

은행, 기업대출 줄이고 개인대출 늘리고<br>정부 독려불구 9월 기업부문 7,000억 감소 <br>직장인·전문직대상 신용대출은 앞다퉈 출시

은행권이 ‘위험관리’라는 명분 아래 중소기업대출을 옥죄는 대신 손쉬운 직장인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돈 가뭄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지속되고 중소기업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있는 정부의 정책도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정부의 중소기업대출 독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과 9월 각각 4,000억원, 7,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장인에 대한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 대출의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크지 않은데다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들은 “소호(소규모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어 대출심사와 위험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인하경쟁=은행권이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이날부터 신용대출 금리를 0.4%포인트 내리고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 홈론(Home-Loan)’의 고정대출 금리도 현행 최저 6.45%에서 추가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파인(Fine) 아파트담보 특판대출’ 상품의 대출 금리를 18일부터 종전의 연 5.8%에서 5.3%로 0.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또 국민은행은 지난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인 ‘포유(For You) 장기대출’의 고정 금리를 거치기간 3년에 대해서는 종전의 연 6.90%에서 5.95%로, 거치기간 5년은 연 7.10%에서 6.08%로 각각 0.95%포인트와 1.02%포인트 내렸다. ◇직장인 신용대출 경쟁도 ‘점입가경’=은행권의 신용대출 경쟁도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삼성그룹을 비롯해 대기업과 공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우수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을 연리 7.3~8.0%에 판매하고 있다. 또 외환은행은 의사ㆍ변호사 등 전문직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예스프로론’과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나이팅게일론’을 판매해 호응을 얻고 있다. 국민은행도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에게 최고 5,000만원까지 무보증대출을 해주는 ‘국민 에이스 전문직 무보증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소기업대출은 “조심조심”=하지만 은행권은 기업에 대한 대출,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위험관리’를 명분으로 내세워 관리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특히 소호(SOHO)대출은 ‘대출 금기대상’이다. 국감 현장에서도 은행의 이 같은 중기대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은행이 중소기업 의무대출 비율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선병렬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시중은행은 45%, 지방은행은 60%로 규정된 중소기업대출 의무비율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추정치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경우 99년에는 총대출 증가액 대비 중소기업대출 증가액이 51.3%로 의무비율을 준수했지만 2000년 27.2%, 2001년 20.0%, 2002년 41.6% 등으로 2000년 이후 의무비율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