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GM의 문제

파이낸셜타임스 9일자

제너럴모터스(GM)의 수장 릭 왜고너가 최근 향후 4년에 걸쳐 2만2,500명을 정리 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을 때 이것은 일견 GM이 획기적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인원감축은 GM이 그동안 해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GM은 지난 4년 동안 2만2,000명의 인원을 줄여왔다. 그래서 이번 구조조정 계획이 고비용 구조와 시장 점유율 하락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GM과 포드는 미국 철강회사와 항공사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기업들과 같은 종류의 ‘고비용 구조’라는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철강회사와 항공사들이 추진했던 해결책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철강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는 이미 아시아와 유럽 경쟁자들이 미국 내에서 생산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철강 기업들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파산보호 신청은 미국 기업들이 부채를 면하는 전통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항공사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까다로운 법적절차 등으로 인해 빠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GM의 어려움은 그들 자신의 결정에 기인한 바 크다. GM과 포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지나치게 의존해왔다. 가솔린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운영비 부담이 커지면서 이들 차량에 대한 선호도는 지금 크게 떨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 회사들은 생산량을 감축해야만 했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 회사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의료비용과 연금비용의 부담이다. GM의 의료비용은 평균 자동차 한대 당 1,500달러를 차지하고 있어 자동차 생산과정에서 철강비용보다 높은 상황이다. 왜고너는 미 자동차노조연맹(UAW)에 의료비용 삭감이 절박한 문제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노조는 GM의 어려움은 소비자 선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경영진의 책임이라는 반응이다. 또 적절하지 못한 국가 의료비용 지급체계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론도 제기하고 있다. GM이 회생하기 위해서는 노조와의 결판이 불가피하다. 최근 다임러크라이슬러 노동자들이 의료비 삭감에 동의한 데서 알 수 있듯 최근 노조들이 다소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리 해고된 직원들에게 상당 규모의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요구는 오늘날 디트로이트 회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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