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빗장 풀리는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편의점? 대형마트?… 판매장소 지정 처방전 싸고 고심<br>무작정 반대논리 명분 사라져 당국 입장 선회속 구체안 관심<br>판매품목은 최소화 할듯<br>약사관리·자격증制 등 검토 "이달중 실행방안 확정될 것"

정부가 시민들의 의약품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야간 및 휴일에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허용키로 했지만 판매장소와 시간, 허용 의약품 종류 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보건의료계는 여러 차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의료법인) 도입'과 '일반의약품(OTC) 약국 외 판매'라는 두가지 공약 때문이다. 영리의료법인 문제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논의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OTC 문제는 국민 편의상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돼 허용 여부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까지 2년여간 복지부를 이끌던 전재희 전 장관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날 선 공방을 이어가면서 도입을 막았지만 진수희 장관 체제로 바뀌면서 상황은 변하고 있다. 이제 조만간 약국이 아닌 곳에서도 OTC 구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굳게 닫혔던 빗장이 풀린다= OTC란 의사의 처방에 따라 구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ETC)과 달리 약국에서 환자가 직접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을 일컫는다. 소화제, 감기약, 드링크류 등이 이에 속한다. 현재 약사법에 의하면 OTC도 약국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다(고속도로 휴게소, 스키장, 열차, 항공기 등에서만 예외적으로 허용). 지난 1994년 붕대, 반창고 등을 슈퍼마켓 등에서도 팔 수 있게 약사법이 개정되면서 OTC의 판매처 확대 논의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편의성과 안전성을 둘러싼 의견 차이로 실행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병ㆍ의원 주변으로 약국이 몰리고, 문 닫는 시간도 앞당겨지면서 늦은 밤이나 주말에 약을 사기 힘들어지자 소화제, 감기약 등과 같은 장기간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에는 약국이 아닌 곳에서도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4월 한국갤럽에 의뢰해 성인남녀 834명을 설문 조사했더니 69.8%가 야간이나 주말, 공휴일에 약국 이용이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맞서 약사단체 등에선 약물남용, 부작용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고 복지부도 비슷한 이유로 OTC의 약국 외 판매를 불허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 등이 밤 늦은 시간 및 휴일 의약품 구입 편의를 위해 실시한 응급심야약국 시범사업 등이 지지부진하자 OTC 판매 허용에 힘이 실렸고 복지부도 반대논리만 고수할 명분이 사라졌다. 지난해 말 이 대통령이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OTC 문제를 거론하자 상황은 급속도로 진전됐고, 지난달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OTC 약국 외 판매를 확정하는 내용이 발표됐다. 복지부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이르면 이 달 안에 세부내용이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디서 어떻게 판매될까= 절대 불가에서 일부 허용으로 복지부의 입장이 선회하면서 이제는 실행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OTC 약국 외 판매의 핵심은 '어디에서 약을 파느냐'이다. 국민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도 의약품 오ㆍ남용 등 안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를 놓고 복지부가 고민에 빠졌다. 유력하게 거론된 동네 슈퍼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슈퍼 판매'라는 단어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절대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휴일이나 심야에 판매하려면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이 유력하지만 이 역시 결정되지 않은 사항이다. 접근성이 좋은 대형 마트도 우선 고려대상으로는 꼽힌다. 이들 장소의 문제는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밤 9시부터 아침 6시까지만 판매를 허용한다고 해도 그 외 시간에 약을 찾는 경우 규정대로 할 수 있겠냐는 것. 이런 점에서 거론된 곳이 주민센터(동사무소)나 경찰서, 소방서 등 공공기관이다. 복지부가 강조한 '누구든지 알 수 있는 장소'에는 부합된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어촌 등 지역 특성에 따라 판매 장소를 차별화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도시지역에선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농어촌 등에선 공공기관 등을 검토할 수 있다. 판매되는 약은 일단 최소화해서 시작될 전망이다. 심야나 휴일에 긴급하게 필요로 하는 약 중에 안전성ㆍ유효성이 입증된 의약품으로 감기약, 소화제, 해열제, 진통제, 지사제, 화상연고, 소독용 암모니아수, 파스류 등이 거론된다. 품목을 정하더라도 판매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지금처럼 약사가 직접 판매하거나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약사의 관리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있고, 일본처럼 약 판매 자격증 제도를 두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하나= 일본은 1999년 일부 일반약의 슈퍼판매를 확대한 데 이어 2004년 7월30일 또 한 차례 판매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안전상의 문제가 없는 의약품으로 선정된 소화제, 정장제 등 15제품군 371품목의 일반약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돼 편의점 등 소매점에서 판매가 가능해 졌다. 이후 2009년에는 판매 범위를 넓혀 감기약 등 OTC도 약국이 아닌 곳에서 팔도록 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유럽연합(EU) 27개국 중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국가는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등 12개국(44.4%)이고,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은 판매를 허용하되 약사관리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핀란드, 스페인 등 13개국(48.1%)은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의약품 분류체계상 이원화된 분류로 처방약과 비처방약으로 구분된다. 비처방약의 경우 OTC로 분류돼 약국 외 판매가 허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OTC는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약물로 약 800여개의 제품군에 10만개의 품목이 포함돼 있으며 약국,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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