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협의가 유일한 희망입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임시투자세액공제(이하 임투세액공제)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묻자 한 대기업의 재무담당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과 수차례 만나 임투세액공제를 폐지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요지부동”이라며 “조만간 있을 당정협의에서 기업들의 고충이 받아들여지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의 임투세액공제 폐지 움직임에 내년 대규모 투자를 앞둔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기업은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공제 연장이 필요하다며 국회 등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주에 열릴 당정협의에서는 임투세액공제의 향방이 어떤 형태로든 결정될 것으로 전망돼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대규모 설비투자를 앞두고 있는 철강ㆍ유화업계 등 대기업들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 인하보다 임투세액공제 연장이 투자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며 정부의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임투세액공제 규모는 지난 2006년 2조5,000억원, 2007년 1조8,000억원, 지난해 2조1,000억원 등 연간 2조원 안팎이다. 임투세액공제는 이미 집행된 설비투자 금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세금공제를 받기 때문에 설비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반면 법인세 인하로 새로 발생하는 수익은 투자실적과는 무관해 설비투자가 아닌 다른 곳에 쓰일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주장이다. 또한 임투세액공제는 지난 1982년 도입된 후 현재까지 27년 중 20년간 시행돼왔기 때문에 각 기업들에는 이미 ‘임시’ 세액공제가 아닌 ‘상시’ 세액공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규모 투자를 벌이고 있는 일부 장치산업 대기업들은 정부가 임시투자세액 공제 대안으로 발표한 연구개발(R&D), 신성장동력 세제혜택 등에서 소외되는 만큼 투자 촉진을 위해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따라 임투세액공제가 폐지되면 주요 기업들은 기존에 설비투자 규모에 따라 공제 받아오던 수백억~수천억원의 세금을 공제 받지 못하게 된다. 내년에도 국내에서 올해와 비슷한 4조원가량을 투자할 예정인 포스코ㆍ당진일관제철소 건설에 내년에만 1조원가량을 추가 투자하는 현대제철, 석유화학 설비 증설을 위해 오는 2011년까지 1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S-OIL 등 대표적인 굴뚝 기업들이 이에 해당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투자독려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여러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임투세액공제가 없어진다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임투세액공제를 폐지하려는 이유로 투자유발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직접적인 투자로 인한 감세가 아닌 법인세 감면이 투자로 연결될 가능성은 더욱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인세는 이익 규모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 확실한 혜택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앞둔 입장에서는 임투세액공제가 유지되는 편이 낫다”며 “법인세 인하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투자의욕을 고취시키는 임투세액공제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4~5일 열리는 한나라당 연찬회와 다음주에 예정된 당정협의에서 재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길 바라고 있다. 또한 재계도 대기업 증세를 통한 서민지원을 기조로 삼고 있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절충안도 제시하고 있다. 재계는 ▦법인세 인하율을 낮추는 대신 임투세액공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 ▦법인세 인하율과 임투세액공제율을 동시에 조정하는 방안 ▦임투세액공제율을 조정하되 기계설비 투자에만 국한된 임투세액공제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서민지원 의지도 보여주면서 실질적인 투자유발 및 경기부양을 이끌 수 있는 다양한 절충안이 있다”며 “당정협의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면서도 재정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