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주요 선진국 사례/유가자유화 한달

◎가격인하 등 초기 출혈경쟁/서비스·경영혁신 통해 극복/미국­담합 등 불공정 거래행위 엄격히 규제·대부분 셀프서비스… 세차장 등 부대사업 운영도/프랑스­86년 단행… 폐업땐 정부보조금 지급·하이퍼마켓, 저가공세로 시장점유율 50% 유지/일본­79년 가격상한제 도입계기 본격추진·「특석법」 폐지후 유가 전국적으로 균일가 적용올해 처음으로 유가자유화를 도입한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미국,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지난 80년대부터 이를 실시, 이제는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들 나라 역시 자유화 초기에는 극심한 가격경쟁과 주유소들의 도산 등 많은 문제를 겪었다. 하지만 정부의 적절한 통제와 기업들의 적극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 안정을 되찾았다. 우리나라는 올해 가격자유화를 시작으로 오는 99년부터 완전자유화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나 상대적으로 기간이 짧아 위험부담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들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정부와 업계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석유화학협회와 통상산업부 등이 유가자유화에 앞서 조사한 선진외국의 사례를 소개한다. ▷프랑스◁ 프랑스는 지난 1928년 석유사업법을 제정, 강력한 규제를 해왔으나 지난 86년부터 가격자유화를 단행했다. 자유화 초기 프랑스는 석유제품을 수입판매하는 하이퍼마켓들의 저가판매 영향으로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벌여 이 과정에서 주유소수가 10년간 3만4천개에서 1만9천개로 감소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주유소수가 줄어든데는 정부의 역할도 컸다. 프랑스정부는 폐업한 주유소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10년이상이 지난 현재 석유류 가격은 로테르담 현물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수송비, 마진, 세금 등이 더하여져 형성되는 안정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즉 지역시장의 수급에 따라 가격이 변동하는 개방체제를 갖고 있는 것. 프랑스는 일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석유사업 규제완화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이 별로 없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가격자유화를 실시하기 1년전인 92년부터 과감한 규제완화를 실시, 현재는 공장도가격 결정에는 개입하지 않고 있으며 세금을 통해 소비자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이다. 특이한 점은 주유사업 외에 편의점 등을 함께 운영하는 하이퍼마켓이 주유소 시장의 50% 정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하이퍼마켓은 다른 일반 주유소 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이에따른 수익감소분은 다른 상품을 판매해 보전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일본은 가격자유화를 전후해 덤핑판매 등과 같은 과당·출혈경쟁이 심화되다 15년여만에 안정기에 접어들어 가격자유화를 처음 실시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좋은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은 정부의 많은 직·간접적인 규제를 받아 오다 지난 79년 가격상한제 도입을 시작으로 실질적인 가격자유화가 추진됐다. 걸프전때는 석유제품 가격의 무분별한 상승을 막기 위해 행정지도를 통해 원유가격의 변동분을 내수판매가격에 연동시키는 월별결정방식을 도입했다. 월별결정방식이란 우리나라의 유가 연동제와 비슷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 석유시장은 정부의 규제하에서도 무당 염매가격, 사후조정가격제 등으로 과열경쟁이 빚어졌다. 염매가격은 정유업체들의 정제능력이 과잉된데 따른 것으로 공급과잉된 제품을 처분하기 위해 정유사가 자사 계열외 판매업자에게 시황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 또 사후조정가격제는 정유사가 판매업자에게 공급하는 가격을 지역 및 수요처별로 각각 다르게 적용하는 것으로 대형 수요처 등의 확보를 위해 무분별한 가격할인, 판매장려금 등을 지급한 것. 이같은 파행적인 유통관행은 일본 석유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부실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일본은 지난해 3월 「특정석유제품수입 잠정조치법(특석법)」의 폐지를 계기로 유종간 가격조정, 특약점에 대한 사후조정가격제 폐지 등을 통해 신가격체계를 공표함으로써 실질적인 유가 자유화가 완성됐다. 신가격체계 도입후 일본 정유업체들은 전국 균일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또 사후조정제 폐지후 주유소업계는 자율적인 가격회복 운동을 벌여 적정 수익성을 확보하거나 비용절감을 통한 합리화추진을 통해 가격안정을 되찾고 있다. ▷미국◁ 미국은 정유시장에서 합리적인 경쟁이 유지되고 있고 시장에서의 급격한 가격경쟁이 없으며 경쟁시에도 한도를 넘지 않고 있는 등 안정된 구조를 갖고 있는 점이 정부의 규제에서 출발한 우리나라 등과 다른 점이다. 미국은 지난 81년 완전한 가격자유화가 실시됐으며 동일 업자간 가격담합이나 동일조건지역의 거래처에 대한 차별거래 등을 법적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 일본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미국은 자유화가 성숙된 시장으로 개별 딜러들도 적정 마진을 향유하려는 경향이 크고 유통단계별 가격도 원가와 시장가격 사이에서 상호적정 마진을 향유하는 범위에서 등락이 거듭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주유소는 대부분이 셀프서비스로 되어 있고 편의점과 세차장 등 부대사업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들 부대사업의 유무, 크기에 따라 휘발유 가격의 수준도 약간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대체로 편의점 등 부대사업이 큰 주유소의 경우 편의점의 운영수익(약 30%)을 바탕으로 유류판매가격은 저가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정유사의 공장도 가격은 원가(국제시황) 및 시황을 고려해 결정되며 소비자가격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형성되는 시장균형가격이나 시황 및 최종시장 가격간의 시장원리에 의해 등락이 거듭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 정유시장에서 관련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결정기법이나 시스템 등이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으며 정유사나 주유소 등은 시장정보를 입수하게 위해 전문인력을 고용하거나 시스템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경영기법이 개발, 활용되고 있다.<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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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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