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지상파-케이블TV 갈등 고조

디지털 방송 실시간 재전송 "중지하라" vs "납득 못해"<br>지상파 "저작권 침해… 가입자 늘리기에 이용 안돼"<br>케이블 "20년간 암묵적 동의 해놓고 이제 와서… "<br>업계 "결국 사용료 내라는 것… IPTV도 겨냥한듯"


케이블 방송의 지상파 디지털 방송 실시간 재송신을 둘러싼 두 업계간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쪽은 케이블 업계가 디지털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저작권을 침해하며 비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반면 케이블 쪽은 갑작스러운 영업 중단 요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케이블업계는 국내 방송ㆍ콘텐츠 시장에서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와 지배력이 큰 상황이어서 지상파 방송사와 각을 세우는 것을 꺼려 하는 분위기다. 이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유세준)는 한국방송협회(회장 엄기영)에 보낸 공문에서 “지상파 방송의 재전송은 난시청 해소 및 보편적 방송서비스 제고라는 국가적 요청에 부응하는 ‘지상파 방송의 수신확장 기능’의 일환“이라며 “케이블TV방송 업계는 모든 적합한 절차를 밟아 이를 성실히 수행해왔다”고 강조했다. ◇ 방송협회, 케이블에 ‘재송신 중지 요청’=KBSㆍMBCㆍ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가입돼 있는 방송협회는 지난 18일 케이블TV방송협회에 ‘지상파 방송 실시간 재송신 중지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방송협회는 공문을 통해 케이블 방송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지상파 디지털 방송 신호 실시간 재송신 중단, 케이블 방송에 가입하면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일체의 광고 및 마케팅 행위 금지 등을 요구했다. 양해나 허락을 받지 않고 지상파 방송을 케이블 방송망을 통해 가입자들에게 실시간 재송신하는 것은 지상파 방송사들의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이며 불법 재송신을 중단치 않거나 합당한 회신이 없을 경우 필요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게 방송협회의 입장이다. 지상파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협상을 통해 저작권 문제 등이 해결돼 정상적 영업 기반이 마련될 때까지 케이블 업계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해선 안 된다는 게 지상파 쪽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영세 사업자였을지 몰라도 현재는 거대사업자인 케이블 방송이 서너 달 전부터는 협상도 회피하면서 임의로 바이패스(bypass)한 지상파 신호를 고가 패키지 상품에 넣어 비정상적으로 가입자를 늘리고 있는 건 떳떳하지 않은 행위”라며 “25일까지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 법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 케이블업계 “20년간 암묵적 동의 해놓고”=방송협회의 지상파 재전송에 대한 공식 문제제기에 법률적 검토를 거쳐 다음달 8일까지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시간을 두고 꼼꼼히 살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들은 디지털TV를 갖고 있어도 지상파 방송사가 제공하는 고화질(HD) 방송을 볼 수 없기 때문. 현재 디지털 케이블 방송 가입 가구는 약 150만 가구에 달한다. 정부는 2012년 말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100%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케이블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지상파 쪽의 의도 파악에 나선 셈이다. 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케이블 방송이 지상파 방송을 대신해 난시청을 해소하고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수익 증대에도 기여한 점 등이 감안돼 재송신에 대해 양쪽의 암묵적 동의가 있어왔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 만큼 지상파 쪽의 갑작스러운 영업 중단 요구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일단 방송통신 업계는 이번 사태를 지상파 방송사들의 콘텐츠 가격 인상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날로그 방송은 별도의 사용료를 받지 않고 케이블TV를 통해 볼 수 있도록 해왔지만, 디지털 지상파 방송에 대해선 ‘돈 계산’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도라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케이블방송사가 지상파 방송 사용료를 내라는 것”이라며 “케이블 방송이 지상파에 돈을 주려면 수신료를 올려야 하며 결국 피해는 시청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아날로그 방송에선 별도로 받지 않았던 송신 요금을 디지털 방송에 대해선 받겠다는 얘기”라며 “상용화를 앞둔 IPTV 사업자와의 콘텐츠 공급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전략으로도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일단 당사자간 협상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최성진 서울산업대 매체공학과 교수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은 국민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60년부터 암묵적 동의로 이뤄진 저작권 문제를 이제 와서 시청자를 담보로 장사를 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공ㆍ민영 정리를 분명하게 하는 게 우선”이라며 “완전한 민영 방송이라면 저작료 주장을 한들 누구도 반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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