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 설 연휴를 극장가를 장식하는 영화들

올 설연휴를 맞는 극장가는 다른 해보다 한층 분주하며 또 무게가 느껴진다.지난주 작품성과 완성도를 자랑하는 일부 영화가 일제히 개봉됐는가 하면 3일에도 일부 작품이 개봉된다. 지난주 관객을 찾은 영화들은 한국 노장 감독의 「춘향뎐」을 비롯해 알마도바르의 여성읽기 드라마 「내 어머니의 모든 것」, 팀 버튼 감독의 판타스틱 호러영화 「슬리피 할로우」,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액션물 「13번째의 전사」, 그리고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SF 코믹 블럭버스터 「바이센테니얼 맨」, 후루하타 야쓰오 감독의 「철도원」등 6편에 이른다. 설연휴에 맞춰 개봉했던 예년 마케팅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3일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과 대니 보일 감독의 「더 비치」가 개봉된다. 이어서 4일에는 「넘버 3」의 송강호를 앞세운 「반칙왕」이 합세한다. 설 연휴 극장가를 장식하는 신작영화들을 만나본다. ◇춘향뎐 영원한 민족적 고전 「춘향전」은 사랑이야기다. 그것도 풋풋해서 그 향기에 녹아들 것같은 열여섯살 동갑내기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이다. 너무나 잘 알려진 「춘향전」. 「서편제」의 임권택 감독은 「춘향전」에 새로운 「모험」을 걸었다. 원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전체적으로 소리꾼이 관객에게 춘향가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판소리의 감동을 영상으로 증폭시켜준다. 그래서 명창 조상현씨의 판소리 완창 「춘향가」는 시나리오이면서 내레이션이고 음악이기도 한 작품이다. 등장인물의 동작 하나하나에도 판소리의 리듬이 스며든다. 따라서 그동안 제작되어온 영화 「춘향전」과 차별화된다. 특히 실제 나이의 배우들이 연기해 그 풋풋함을 더한다. 세계 속의 한국영화로 날개를 펴는 실험성 강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이 작품은 한국문화의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반칙왕 소심한 은행원 임대호(송강호)는 평범한 샐러리맨. 발디딜 틈 없는 지하철에 실려 출퇴근하고, 은행 창구를 지키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살맛나는 일이라곤 지지리도 없다. 지각도 잦고 실적도 없어 부지점장에게 욕먹고, 그의 헤드록(목조리기)에 당하기 일쑤며, 짝사랑하는 은행동료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레슬링을 배우게 된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그는 야비한 반칙만으론 최고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정통기술까지도 정복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된다. 드디어 반칙왕 「울트라 타이거 마스크」로 새롭게 태어난 대호, 복면을 쓰고 링에 올라 최고의 맞수 유비호와 한판 혈전을 벌인다. ◇더 비치 「트레인스포팅」과 「쉘로우 그레이브」등 단 두편으로 영국의 대표적 감독으로 급부상한 대니 보일 감독이 이번에는 실락원을 찾아 떠났다. 현대 사회의 눈부신 기술을 상징하는 인터넷 등은 인간의 생활을 즐겁게 해주고 인간의 의사소통을 보다 손쉽게 해주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디지털 세계의 복잡성에 환멸을 느끼고, 비현실적인 환상에 빠져들고 있다. 현실에 환멸을 느낀 리처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모험을 찾아 태국으로 간다. 그는 「여행은 새로운 경험을 만나는 여정이며 뭔가 다른 것에 대하여 진지한 의문을 던지는 과정」이라 단언하며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했던 미지의 섬에서 엄청난 비밀에 접한다. ◇철도원 눈부시게 하얀 눈으로 뒤덮인 시골마을 호로마이역의 역장 사토 오토마쓰(다카구라 겐)는 이 역에 평생을 바친 철도원이다. 머지않아 없어질 호로마이역의 운명을 예감한 듯 정년퇴임을 앞둔 오토마쓰에게는 쓸쓸함이 더한다. 그가 내내 안고 살아온 슬픔은 눈덮인 호로마이역에 태어난 지 두달된 딸과 아내를 묻은 것이다. 아이가 열병에 걸려 병원에 간 날도 그는 호로마이역을 지키다 싸늘하게 죽어 돌아온 아이를 맞았고, 아내가 세상을 떠나던 순간에도 역을 떠나지 않았다. 퇴임을 앞둔 새해,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센이 찾아와 회포를 풀던 날, 딸과 아내에 대한 오토마쓰의 그리움과 회환은 더한다. ◇바이센테니얼 맨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불량 로봇과 한 가족간의 200년에 걸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이 로봇이 점차 업그레이드를 통해 진정한 인간으로 재탄생해가는 과정을 그린 SF코믹물이다. 마틴(샘 닐)의 집안 식구가 된 가사 로봇 앤드루(로빈 윌리암스)는 특별히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특권을 부여받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그는 인간에 가까운 호기심과 지능을 지닌 불량 로봇이지만 마틴의 식구들, 특히 작은아씨(임배트 데이비스)는 앤드루와 깊은 우정을 쌓는다. 급기야 자유를 얻은 앤드루는 스스로 세상을 바꿔가며, 자신의 몸 또한 인간에 가깝게 바꿔간다. 「나홀로 집에」「스텝 맘」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슬리피 할로우 『나는 50~60년대 호러영화의 열성 팬이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고전의 호러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머리가 없는 「호스맨」의 이야기는 주로 디즈니 만화영화에서 소개되어온 미국적 호러스토리 중의 하나였다』(팀 버튼 감독) 팀 버튼은 그 시절 호러영화의 특징인 기괴하면서도 로맨틱한 이미지를 머리없는 귀신 호스맨의 전설에서 찾아 환상적인 세트 위에 펼쳐놓는다. 1799년 미국, 슬리피 할로우라는 마을에 머리 잘린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젊은 수사관 크레인(조니 뎁)이 파견된다. 크레인은 이곳에서 미국 독립전쟁때 살인마로 악명을 떨치던 용병이 목없는 귀신 호스맨으로 부활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아들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한 어머니, 그녀가 상실의 슬픔을 더욱 숭고하고 폭넓은 사랑으로 승화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죽은 아들의 빈 자리를 메우려는 노력 속에서 타인에 대한 헌신을 실천하는 주인공 마뉴엘라(세실리아 로스)의 이야기는 꽤 따뜻한 온기를 품는다.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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