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제3의 창업' 출발선] 조타수 없는 삼성 어디로

'계열사 책임경영' 새로운 도전 직면<br>전자·금융등 계열별 선두기업 나서 사업정리·투자결정<br>그룹전반 현안 해결은 기존 사장단협의회 역할 커질듯

‘조타수가 없는 삼성은 어디로.’ 이 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으로 삼성그룹은 계열사 자율경영체제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그동안 50년 넘게 오너 회장과 전략기획실(과거 회장 비서실, 구조조정본부)이 기업 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강력한 추동력으로 대규모 사업을 전개해왔지만 이제는 각 계열사들이 알아서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수행해야 한다. 흔히 삼각편대로 일컬어졌던 회장-전략기획실-계열사 사장단의 체제가 종식을 고하게 된 것. 이 회장의 경영 퇴진과 더불어 전략기획실마저 해체돼 이제 삼성그룹은 문자 그대로 각 계열사별 각개약진의 양상을 띨 수밖에 없게 됐다. 앞으로 삼성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문자 그대로 업무 성과에 따라 철저한 평가를 받고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해나가는 책임경영을 완수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실적과 주주의 평가라는 양대 잣대를 통해 CEO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으며 자율경영을 꽃피워야 하는 새로운 환경을 맞게 된 셈이다. 임직원들 역시 이 같은 변화된 여건에 적응하는 과도기를 거쳐야 한다. ◇삼성전자 등 선두 계열사 주도=그룹 전략기획실의 컨트롤타워 기능에는 대규모 투자, 중복 사업 정리, 인수합병(M&A)과 같은 전략적 판단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역할은 기업경영에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전략기획실의 공백은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들이 메워나가는 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자계열사의 경우 그동안 삼성전자ㆍ삼성SDIㆍ삼성전기 사장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투자와 기술개발 등에 협력해왔다”며 “전략기획실이 없어져도 이처럼 각 업종별 계열사들끼리 협업을 강화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그룹은 크게 삼성전자를 필두로 하는 전자계열과 삼성증권ㆍ삼성화재ㆍ삼성카드가 포진해 있는 금융계열, 삼성토탈 등 유화 3사, 그리고 건설과 상사 부문의 삼성물산, 조선업종인 삼성물산 등이 대표적인 계열사들이다. 이외에 정보기술(IT) 부문인 삼성SDSㆍ삼성네트웍스도 있다. 각 계열별로 선두 기업이 기업간 사업정리와 투자결정 등을 주도하며 신사업 육성을 진두지휘해나가는 형태의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전략기획실의 빈자리를 상당 부분 채울 수 있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이미 계열별 사업협의는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돼왔다”며 “앞으로 이런 기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장단협의회 힘 실릴 듯=계열별 경영과 달리 삼성그룹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결국 기존의 사장단협의회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는 활동에는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나서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이수빈 회장은 그동안 사장단협의회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그룹은 일단 외부의 비판을 의식해 사장단 연락사무를 맡게 되는 업무지원실을 사장단협의회 산하에 임원 2~3명 규모로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룹 고위관계자는 “직원을 포함해 많아야 6~7명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요한 그룹 현안이 생길 때마다 사장단협의회가 막중한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역할과 권한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규진기자 sky@sed.co.kr 현재 사장단협의회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그룹 공통의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의사결정을 하거나 일사분란한 지침을 하달하고 점검하는 전략기획실과 같은 기능은 없었다. 삼성그룹은 또 핵심 계열사들이 주축이 돼 전자, 금융, 화학, 기타 제조업군별로 사업별 리더십을 발휘하는 경영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느슨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그룹 현안에 대해서는 각 계열사 사장단이 모여 지혜를 합치는 방식으로 그룹 경영을 풀어갈 가능성이 높다. 사장단협의회의 기능이 강화하는 수순을 밟아가지 않겠냐는 것. 삼성그룹이 창립 70년 만에 두번째로 오너가 경영일선에서 퇴진하는 사태를 겪게 됐다. 지난 66년 5월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이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42년 만에 2세인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는 ‘역사의 반복’이 빚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번 이 회장의 경영일선 후퇴는 과거 선대 회장의 경우와 사뭇 다르다. 기업 규모나 사업구조로 볼 때 산업화 초기 단계와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글로벌 1위인 메모리반도체와 LCD를 비롯,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그룹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59개 계열사의 총 매출은 150조원에 달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