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주파수 경매 과열 경쟁으로 '승자의 저주' 우려… "정부, 로드맵 빨리 세워야"

눈앞의 주파수에만 매달려 SKT·KT '끝없는 베팅'<BR>가격상한 등 안전판도 없어 낙찰 받고도 피해 가능성 <BR>"추가 주파수 계획 밝혀야" 업계 한 목소리 요청에 "연말까지 기다려라" 방통위선 기존 입장 고수


17일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에 대해 "정부가 주파수 로드맵부터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어떤 주파수가 추가로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매를 실시한 탓에 이동통신사들이 눈앞의 주파수에만 매달려 과열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잘못하면 이번 경매가 '승자의 저주'로 귀착될 수 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경매에서 승리하더라도 '지나치게 비싼 주파수 가격'으로 낙찰업체가 상처를 받는 저주가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파수 경매에 가격 상한선이 없어 얼마나 비싼 가격에 주파수를 사들여야 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미 우리나라에 앞서 주파수 경매 제도를 시행한 영국과 독일의 경우 최저 입찰가를 낮게 설정하거나 여러 개의 주파수를 한꺼번에 경매하는 식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지난 2000년대 초 주파수 경매가 한 달 넘게 치러지거나 낙찰가가 수조원을 넘어서는 등의 부작용 때문에 이 같은 안전장치를 도입했지만 우리나라의 최초 주파수 경매에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상한선이나 입찰 횟수 제한은 없다"며 "낙찰 가격이 1조원이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매에 부쳐진 주파수의 최저 가격부터가 이미 비싸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번 경매에서 SK텔레콤과 KT가 낙찰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1.8GHz의 최저 가격은 4,455억원. 지난해 KT가 기존에 갖고 있던 1.8GHz 주파수를 재할당받는 데 들인 돈은 4,166억원이었다. 지난달 말 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도 성명을 통해 "이번 최저경매가는 내년에 이뤄지는 영국의 주파수 경매에 비해 최소한 5배 높은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주파수 경매가 과열되면 당장 이동통신 사업자가 피해를 입지만 더 큰 문제는 그 피해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업체는 주파수 할당에 대한 대가뿐만 아니라 주파수별로 매년 수천억원 규모의 주파수 이용료도 정부에 지불하고 있다. 이 비용이 올라갈 경우 요금이나 서비스 경쟁의 여력도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방통위에서 조속히 추가 주파수와 할당 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그래야 이동통신사들도 당장 눈앞의 주파수에 매달리기보다 차분히 통신망 구축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방통위는 '연말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말 방통위가 발표한 정책방향에 따르면 방통위는 앞으로 이동통신 3사가 보유한 총 주파수 폭(270㎒)보다 두 배 이상 많은 668㎒ 폭의 신규 주파수를 발굴할 예정이다. 일반 TV를 디지털TV로 전환하면서 비워지는 700㎒ 대역 등 여유 주파수를 회수해 재배치한다는 등의 계획이 담겼지만 다음 경매의 시기나 주파수 할당 계획 등은 여전히 안갯속에 싸여 있다. "이번 경매는 단시간 내 공급할 수 있는 주파수를 갖고 치러지는 것이고 연말까지 또 다른 공급계획을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라는 게 방통위 관계자의 말이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다음 번 경매가 내년에 있을지 내후년에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스마트폰 이용자 급증이나 4G 이동통신망 구축이 시급한 상황에서 일단 급한 불을 끄는 것뿐"이라며 "하지만 중장기적인 로드맵이 없으면 경매가 과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문방위 위원들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LTE 대역으로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700MHzㆍ2.1GHz 위성대역, 2.6GHz 등의 배분에 대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먼저 수립하고 주요 대역을 일괄경매해야 경매 과열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자국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대부분 선택한 700MHz 대역에서의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위해 올해 치러질 경매 일정을 지난해 일찌감치 공고했다. 호주 역시 내년 하반기에 치러질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일정을 사업자들에게 이미 고지한 상태다. 한편 17일부터 시작된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는 18일 다시 시작됐다. 4,455억원에서 출발했던 1.8GHz 주파수의 최저입찰가는 하루 만에 4,921억원으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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