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4자회담 기대와 우려(사설)

세계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4자회담이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됐다. 이번 회담에는 남북한을 비롯, 미국·중국 등 한반도의 이해 당사국인 4개국 외무차관급이 참석, 기대를 갖게 한다. 특히 한반도의 평화체제 정착 및 긴장완화, 신뢰구축 방안 등이 집중 토의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여느 회담과는 성격이 다르다.4자회담이 성사되기까지에는 참으로 오랜시간이 걸렸다. 지난 53년 한국전이 정전으로 종결된 후 그 이듬해 남·북한, 미국, 중국 등 4개국 외무차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4자회담이 개최된 바 있었다. 그러나 북한측이 회담자체를 정치선전장으로 이용하는 바람에 결렬됐다. 이번 회담도 전망이 그리 밝은 것은 아니다. 우선 북한은 수석대표로 뉴욕예비회담의 대표였던 김계관 외교부 부부장을 다시 임명, 회담의 격을 떨어뜨렸다. 그는 회담직전 주한미군 철수를 원칙으로 내세워 찬물을 끼얹었다. 남북한간 군사균형을 깨뜨리자는 상투적인 수법이다. 그럼에도 불구, 희망을 걸게 하는 것은 북한의 어려운 식량난이다. 북한이 4자회담에 순순히 응한 것 자체가 벼랑끝에 몰린 식량난 탓이라는 사실은 세계가 아는 바다. 따라서 다급한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일방적인 주장만을 고집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이용, 대미평화협정 체결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대미·대일 국교 정상화로 치달을 것도 예상된다. 한국도 회담에 임하는 입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에서 미국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결국 회담의 주도권은 미국이 쥐고 있는 셈이다. IMF의 구제금융이 미국의 음모설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무역이나 외교관계에 있어 미국과 마찰이 잦아지자 IMF를 앞세워 길들이기 작전에 나섰다는 분석은 요즘 무게를 더해가고 있다. 한반도의 직접 당사국은 남북한이다. 미국은 이해관계에 있을 따름이다. 비록 우리가 IMF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미국과 북한이 한국을 배제, 직접 대화로 나가는 것은 곤란하다. 북한도 카운터파트너는 어디까지나 한국이라는 인식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의 외교역량이 시험받는 무대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남북한 모두에 득이다. 이데올로기가 국제무대에서 사라진 지금 북한의 체제고수는 역사의 잔재다. 북한은 4자회담을 계기로 개방화에 나서야 한다. 북한의 선택은 이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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