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브레이크 없는' 원·달러 환율

인플레 압력 거세지고 소비·투자위축 불가피<br>8일새 50원대 수직상승…작년 한해 수준 육박<br>980원대까지 상승 유력 당국 시장개입 가능성<br>'네자릿수' 진입은 힘들듯

최근 원ㆍ달러 환율은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다. 벌써 8일째 연속 급등세다. 이 기간 변동폭이 지난 한해 수준에 육박할 정도로 변동성도 심해졌다. 수출 기업들에는 좋은 소식이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전문가들은 환율의 단기 급등으로 수입물가 가중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환율과 연계된 채권ㆍ스와프시장 등 금융시장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미국ㆍ캐나다 등지에 유학생 자녀를 둔 ‘기러기아빠’들의 송금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등 사회ㆍ경제 전반에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장 중 980원선까지 터치한 환율의 추가 상승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8일 만에 930선에서 980대로 폭등=최근 935원까지 급락했던 환율이 8일 연속 급등한 배경으로는 수급불균형과 함께 역외 세력의 투기성 매입 공세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지난달 말 달러화 급락세에 영향을 받아 대량 매도에 나섰던 역외세력이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최중경 차관의 환율당국 스탠스에 힘입어 강력 매수세로 전환, 시장의 투자심리를 환기시켰고 이후 경상수지 적자 이슈,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외국인 주식매도,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 수요 등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달러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항선이라 할 수 있는 955원을 뚫고 올라가면서 지난 2002년부터 지속된 원화강세 기조가 약세로 돌아섰다는 인식이 시장의 공감대를 얻으면서 국내 기관마저 매수세에 적극 가담하는 형국이다. 홍승모 신한은행 과장은 “오랜 기간 940원대 박스권에 눌려 있던 장세가 갑작스럽게 허물어지면서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모습”이라며 “승자가 일방적으로 이끌어가는 ‘위너 게임’인데다 수급 불균형과 외환당국의 우호적 자세 등 상승 재료를 다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폭등 부작용 속출=문제는 환율의 하이 레벨이 아니라 단기간에 급격하게 올랐다는 점이다. 즉 수년간 과도하게 원화강세가 진행됐기 때문에 원화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예견됐지만 경제시스템이나 경제주체 대부분 930원대 안팎에서 적정환율을 세팅한 상황에서 급변동은 시스템 자체에 큰 충격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수입업체들이 도입단가가 크게 늘어 손해를 볼 수 있다. 또 수입물가는 국내 생산비용에 전가돼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된다. 유가가 108달러를 넘어선 마당에 환율부담까지 더해져 소비위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들의 투자도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투자설비는 대부분 저조한 국산 화율로 인해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비용이 늘 경우 투자계획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도 위태롭다. 차익거래 목적으로 국내 채권을 대량 매수했던 외국인이 환차손과 스와프시장의 손실을 우려해 발을 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은 최근 국채선물을 대거 매도하는 한편 재정거래 채권 매수도 주춤해진 상태다. 아울러 환율상승으로 기러기 아빠들의 자녀 송금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금융시장 연구실장은 “환율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은 나아질지 모르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 등 단기간 급등은 각종 부작용을 야기시킬 수 있어서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고 말했다. ◇추가 상승하겠지만 네자릿수는 어려울 듯=현재로선 환율 상승 행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홍 과장은 “시장심리가 일방향으로 쏠린데다 칼라일펀드 등 외국인들의 투자지분 회수가 진행될 경우 현 수준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며 “하지만 달러당 1,000원까지 가기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부장은 “시장에 달러 물량이 모자란데다 역외세력이 일방적으로 외환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서 980원대까지는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상수지에 신경 쓰는 외환당국의 환율상승 용인 스탠스도 시장참가자들의 매수심리를 부추길 전망이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 환율 상승은 오버슈팅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해 장 중 환율급등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은의 한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이전 1,200원대에서 기업들의 외채상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은이 달러 매도에 개입한 경우도 있었다”고 상기시킨 뒤 “단기간 환율 상승 속도가 빨라 심각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시장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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