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율 높은 곳 전세 끼고 구입… 3년차 새 아파트도 주목 <br>관악ㆍ마포 등 집값 절반도 안되는 돈에 매입 가능<br>반포ㆍ잠실등 '3년 보유' 충족 매물 10만가구 나와<br>재건축ㆍ리모델링 주택도 정책 변수 따져 투자할만
| 정부가‘5·1대책’을통해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서‘거주요건’을없애면서 강남 과천등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 수요가 일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 개포동 일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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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서울 강북 지역에서 후분양 아파트를 분양 받아 입주 시기에 전세를 놓은 A씨는 6억 원에 분양 받은 아파트가 8억 원까지 오르면서 최근 매도를 결심했다.
그 동안 이 아파트에 거주를 하지 못해 양도세 부담이 컸지만, 최근 정부가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완화함에 따라 '2년 거주요건' 없이도 2억 원의 시세 차익을 고스란히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A씨는 이 아파트를 팔아 강남 지역 진입을 노려볼 생각이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5ㆍ1 대책'을 통해 서울ㆍ과천 및 5대 1기 신도시(분당ㆍ일산ㆍ산본ㆍ중동ㆍ평촌)의 양도세 규제 완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시장 침체로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매도ㆍ매수 움직임이 보이고 있지 않지만, 양도세 비과세에 거주요건이 없어진 만큼 이를 계기로'갈아타기'를 시도하거나, 전세를 끼고 내 집 마련을 해보려는 수요자들이 적지 않게 생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3ㆍ22 대책'을 통해 올해 말까지 주택 취득세 50% 감면 혜택을 주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경우 올해 안에 움직이는 것이 유리하다.
김규정 부동산 114 본부장은 "주거 환경이 좋은 곳의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를 낀 투자가 일부 살아나고, 거주가 불편해 투자가 어려웠던 재건축ㆍ재개발 주택 등의 거래에도 이번 대책이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가율 높은 지역에서 내 집 마련 시도해 볼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2~3년 안에 '내 집'에 입주하는 것을 꿈꾸는 수요자들이라면 지금 전세를 끼고 집을 사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지난 1년여 간 서울 및 수도권의 대부분 지역에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전세난이 발생하면서 주요 지역 아파트들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특히 집값이 높은 서울 지역 전세가율은 2~3년 전만 해도 40%대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50%를 넘긴 곳도 적지 않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강남 대치 청실아파트, 송파구 가락 시영 아파트 등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들의 이주가 예정돼 있는데다, 이번에 양도세 규제가 풀린 서울ㆍ과천 및 1기 신도시에서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전세가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 써브 실장은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서 역세권과 중소형 신규 아파트 급매물을 중심으로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투자를 해놓는다면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114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양도세 규제가 완화된 지역 가운데 전세가율이 높은 곳은 서울에서는 관악구(54.49%)ㆍ마포구(53.09%)ㆍ동작구(53.43%)ㆍ서대문구(52.34%)ㆍ중구(52.82%)ㆍ양천구(52.31%) 등이다. 이밖에 경기권 신도시에서는 산본의 전세가율이 56.63%로 가장 높고 평촌도 55.24%에 달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평균적으로 집값의 절반이 안 되는 돈만 갖고 있어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함 실장은 "일정 수준의 자기 자본이 있다면 전세를 끼고 내 집 마련을 해두고 돌려 줘야 할 전세 보증금을 모아 2년 후 입주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 3년 차 새 아파트 매물도 눈여겨봐야= 매물이 많이 나오는 곳에 급매물도 나오고, 매도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다.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게 되는 입주 3년 차 새 아파트를 노려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입주 3년 차는 '3년 보유요건'을 충족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이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장에 해당단지 매물이 많이 나온다. 더구나 이번에 '거주요건'이 완전히 없어지면서 3년 전 서울의 새 아파트에 투자해놨던 사람들의 물건이 대거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도 있다.
집값이 전반적으로 주춤한 상태에서 매물이 늘어나면 질 좋고 저렴한 매물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여기에 입주 3년차 아파트는 사실상 '새 아파트'라는 점에서 장기 실거주 가치도 뛰어나다.
부동산 정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서는 입주 3년차 아파트가 10만 가구 이상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반포ㆍ잠실 등 인기 거주지역에서도 입주 3년차 물량들이 대거 쏟아져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아파트를 살펴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리센츠가 오는 7월이면 입주 3년 차를 맞는다
잠실 리센츠는 39~158㎡형(이하 공급면적) 5,563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로 서울지하철 2호선 신천역이 도보 2~10분 거리인 역세권에 위치하며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한강공원 등이 가깝다. 현재 109㎡형의 시세가 10억원 대 초반 수준이다. 이 밖에도 잠실에서는 파크리오(6,864가구), 잠실엘스(5,678가구)등도 각각 오는 8월, 9월에 입주 3년차가 된다.
강동구에서는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가 9월 입주 3년차를 맞는다. 87~198㎡형 3,226가구의 대단지로 서울지하철 5호선 명일역이 도보 10분대 위치한다.
서초구 반포동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반포자이도 12월에 입주 3년차가 된다. 84~301㎡형 3,410가구로 서울지하철 7호선 반포역, 9호선 사평역이 도보 5분 거리다. 서울 지역에서 입주 이후 가장 가격이 많이 오른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힌다. 116㎡형의 시세가 13억~14억원 수준이다.
강북지역에서는 은평구 은평뉴타운에서도 입주 3년 차 단지들이 대거 등장한다. 6월에 은평뉴타운 13개 단지 2,792가구가 입주 3년차를 맞이한다. 상림마을6단지푸르지오 75~215㎡형 673가구, 상림마을7단지현대아이파크 84~228㎡형 1223가구, 상림마을8단지롯데캐슬 84~213㎡형 896가구 등이다. 과천시에서는 원문동 래미안슈르 85~168㎡형 3,143가구가 8월께 입주 3년차를 맞는다.
◇재건축ㆍ리모델링 호재들 꼼꼼히 살펴서 투자해 볼만= 재건축ㆍ재개발 주택이나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를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도 이번 양도세 규제완화 대책은 호재임이 분명하다.
수십년씩 노후된 이들 주택은 거주가 불편하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거주 요건' 없어졌다는 점이 투자를 훨씬 유연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서울 지역 주요 재개발ㆍ재건축 주택의 경우 가격이 꼭지점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큰데다, 최근에 재개발 사업 구조조정 등 정책 변수가 많기 때문에 섣부른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
김규정 본부장은 "이번에 양도세 규제가 완화된 지역 가운데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9억원 이하 재건축 물량이 6만5,000여 가구에 달한다"면서도 "다만 서울시와 경기도 정비사업들이 조정 중에 있기 때문에 투자에 앞서 이를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호재가 있는 1기 신도시 분당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이번 대책의 영향을 얼마나 받을 지도 관심이다. 분당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곳은 16개 단지, 1만7,205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리모델링 역시 최근 임대주택 의무비율, 초과이익 환수, 기부채납 등의 규제가 도입될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정책 변수를 꼼꼼히 점검하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