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아 기업들이 사회봉사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까지 넥타이를 풀고 작업복 차림으로 소외 계층에게 전달할 연탄을 나르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복지시설을 찾아 앞치마를 두르고 김장 담그기에 나서는 사장님의 모습도 이제는 눈에 익숙하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일회성이 아니다. 최근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악화됐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회공헌 예산만큼은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이 단순히 비용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요,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실적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회공헌활동도 투자인 셈이다. 지난 17일 열린 전경련 11월 회장단 회의에서도 CEO가 직접 나서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공헌 활동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전경련 회장단은 미소금융재단 설립을 통한 신빈곤층 자활 지원, 국공립 보육시설 건립 지원, 취약지역 공부방 및 결식아동 후원, 다문화 도서관 건립 및 이주여성지원 등과 같은 사회공헌활동을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한 덴마크의 경우, 대기업들이 연간 사업보고서에 사회공헌활동 정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할 만큼 기업의 사회공헌을 중시하고 있다. 포울 호이네스 주한 덴마크대사는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들의 비용절감 및 매출ㆍ이익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종업원들은 자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이직률이 낮아지므로 해당 기업은 재고용 및 재교육 비용이 줄어들며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향상돼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최근 많은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예산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07년 국내 주요 208개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1조9,556억원을 지출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2조원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경련은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상대로 지난해 사회공헌에 지출한 예산을 조사해 연말께 발표할 예정이다. 전경련에서는 지난해 사회공헌 활동 예산이 2007년보다 500억~1,000억원 가량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여섯 배나 커진 것이다. 지난 2007년의 경우 208개 기업들은 평균 94억200만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썼다. 2004년 54억1,200만원에 비해 73% 증가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는 매출액의 0.28%(2006년 기준)로,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각 0.12%)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의 형태도 불우이웃 돕기나 단순한 기부활동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양적 확대 뿐만 아니라 질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 자매결연을 통한 농어촌돕기, 청소년 공부방 지원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특성을 살린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체계적이고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사업 분야와 관련된 지역사회의 문제를 적극 발굴하고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나 자원봉사단체 등 NGO와 파트너십을 통해 전개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과 저소득층 자녀 지원에 초점을 맞춰 각 지역사회의 청소년들에게 장학금 및 공부방을 지원해주고 있다. 특히 수원 자원봉사센터에서 경인 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공부방 과학교실’의 경우, 연구개발 임직원들로 구성된 봉사팀이 재미있는 과학 키트(KIT)를 가지고 과학 원리를 설명해 주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을 경영이념으로 세우고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가 하면, 전 임직원들의 동참을 격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사회공헌 전담부서나 전담자를 지정한 기업의 비율이 지난 2000년에는 25.9%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81.7%로 크게 늘었다. 또 기업들의 평균 봉사활동 건수도 2004년 572건에서 2007년 1,205건으로 증가했으며, 1인당 평균 봉사활동 시간도 2004년 3시간에서 2007년 11시간으로 늘었다. 또 사회공헌 전담부서 등 기업의 특정 부서에서만 사회공헌 활동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전사적 차원의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임직원의 75% 이상이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기업의 비율은 2004년 10.3%에 불과했으나 2007년에는 33.7%까지 높아졌다. 최근에는 기업경영의 글로벌화에 따라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경우도 많아졌다. LG전자가 지구촌 각지에서 다양한 글로벌 기업시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절대빈곤 퇴치, 환경보호, 청소년 인재양성을 글로벌 사회공헌의 주요 테마로 정하고 각각 UNEP(유엔환경계획), WFP(유엔세계식량기구), IVI(국제백신연구소)와 손잡고 사회봉사에 나서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3월 전경련이 실시한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 국민의 74.9%가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슷한 주제로 지난 2007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4%가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하지 않는 편이거나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것에 비해 기업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호감도가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이다. 응답자들은 또 ‘경기침체와 기업 사회공헌활동 수준’에 대해서는 최근 우리 기업들이 매출 감소, 자금시장 악화 등으로 경영환경 악화에 직면하고 있지만 ‘기업 사회공헌활동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35.5%로 가장 많았다. 또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기업들에 대한 호감도도 높아졌다. 지난 8월 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8명이 사회공헌 활동을 잘 이행하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비싸더라도 구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사회공헌 활동이 실제 경영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손경숙 전경련 사회공헌팀장은 “우리 기업들은 단순한 기부가 아닌 우리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위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기업은 효과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우리 국민들이 이를 따뜻한 시선으로 인정해준다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